'김정은 자금줄' 해외 北노동자, 국제사회 공동대응 가능할까

유엔북한인권결의에 명기시 각국 추가수용 억제 효과 기대

12월 유엔 총회 전체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인권결의안에 해외 북한 근로자 인권 문제를 명기하는 방안이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해외 북한 근로자의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게는 16개국에 5만 명('국경 없는 인권'의 윌리 포트르 사무총장), 많게는 20∼40여개국에 11만∼12만 명(오경섭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부센터장)이 파견돼 있다는 추산치가 제기됐다.

이들 해외 북한 노동자는 인권 침해와 더불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가는 자금줄 차단 등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우선 규정 이상의 장시간 노동과 작업장 내 안전장비 미비, 삼엄한 통제, 과도한 상납금 등 때문에 열악한 인권 상황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안전사고와 자살 등으로 올해만 해외 북한 노동자 최소 40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대북 소식통의 전언도 나왔다.

또 이들이 벌어 본국에 보내는 돈 중 상당액은 핵·미사일 개발로 폭주중인 김정은 정권에 유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해외 노동자가 버는 돈 중 적게 잡아도 5억 달러(5667억원), 많게는 10억 달러(1조 1335억원) 이상이 매년 김정은 정권에 유입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국제사회도 근년 들어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작년 10월 마르주키 다루스만 당시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에서 해외 노동자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것을 '강제노동'으로 규정했다.

이후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북한 노동자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다루스만 보고서를 인용하는 형태로 북한 해외 근로자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이어 윤 장관은 지난달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해외근로자의 인권과 임금의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전용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에 이 같은 해외 노동자 문제가 명기될 경우 문제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조명을 받는 계기를 제공할 전망이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을 제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 차단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북한 노동자의 최대 수용국이라는 점에서 실현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많다.

유엔 총회 결의의 경우 비록 강제력은 없지만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가 명기된다면 향후 각국이 북한 노동자 수용을 꺼리도록 만들거나 기존 노동자들을 돌려보내도록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