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한 여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과 내통', '국기문란' 등 극단적인 언어까지 써가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공세에 '색깔론'이라고 맞서며 미르·K스포츠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를 둘러싼 이화여대 특혜 의혹을 거듭 압박했다.
특히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의 색깔론 공세에 맞서 박 대통령이 국민의 정부 한나라당 대표 시절 평양에 가서 故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며 경고하기까지 했다.
새누리당은 18일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해 '북한인권결의안 문재인 대북결재 요청사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리고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그동안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씨 비선 실세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등 '방어'만 해오던 새누리당이 '송민순 회고록' 파문을 발판 삼아 국면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문재인 때리기'로 모든 의혹들을 덮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제 사회에서 국가 간 가장 중시하는 게 신뢰다. 우리 문제인 북한인권을 다루는데 불참-기권-찬성-기권하는 이런 냉온탕을 오가는 외교에 당시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가 어땠냐고 생각하면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그는 앞서 '품격 잃은' 언어로 지적받은 바 있는 '북과 내통'이란 단어를 또 사용하면서 "국민 운명이 걸린 문제는 몰래할 게 아닌데 몰래 해서 '내통'(이란 말)을 썼다"며 "그때 누가 북한과 접촉해서 어떤 내용을 했는지 밝혀져야 하고, 이것이 하나뿐인가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주권 포기이자 국기 문란이고 명백한 반역"이라고 원색비난을 퍼부었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밝힌 문 전 대표를 겨냥 "기억이 안 난다고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김정일의 결재를 받고 유엔 결의안에 기권한 기막힌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십자포화'에 대해 '색깔론' 으로 맞서며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 권력개입 의혹 등을 강하게 지적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녹아내리는 색깔론 빙하 위에 새누리당이 올라탔다"며 "회고록 문제로 아주 신난 새누리당의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허망하게 사라질 신기루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한미 동맹을 강화하자고 하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도, 남북대화를 중시해야 한다는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도 옳다"며 "외교부와 통일부를 잘 조화해서 한반도 평화와 국제적 공조를 이끄는 현명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K스포츠재단이 비인기종목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추가로 80억 원을 모금해 최순실씨와 그의 딸이 공동 경영하는 회사에 위탁을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 이후에도 의혹이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반드시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적 의혹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송민순 회고록' 논란으로 새누리당이 거듭 파상공세를 펼치자, "이런 식으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하면, 저는 국민의 정부에서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02년 5월 미래한국연합 대표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바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김정일이) 4시간 동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잘 안다. 특사를 요구했는지 안했는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고 경고하며 '색깔론'공세를 중단할 것을 압박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은 상암 구장에서 남북축구팀이 시합을 할 때 그 자리에 와서 태극기를 흔드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왜 태극기를 흔드느냐. 한반도기를 흔들어야 한다'고 화도 냈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태극기를 흔들지 말게 한 박 대통령'이라고 색깔론을 제기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또 "새누리당도 10년 전 일을 갖고, 끊어져버린 녹음테이프를 갖고 재생할 수 있는가"라며 "자꾸 색깔론을 갖고 얘기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박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문 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3일간 말씀이 바뀌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결국 '일구삼언'"이라며 "문 전 대표가 당시 관계자들과 협의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