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청회는 경영·경제학을 1차시험에서 제외시키고 그 대신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학과 세법 과목의 비중을 높이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회계법인 측에서 "업무 영역이 전통적인 기업감사에서 컨설팅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업무영역과 유사한 경영, 경제학의 시험과목 배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다수 여론에 밀리고 있었다.
아뿔싸 참석 패널의 면면을 보니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의문은 지난 96년부터 대학에 도입된 학부제로 거슬러 올라갔다. 각 대학들이 단과대학을 통합한 학부제를 도입하면서 학과의 의미가 퇴색되기 시작했고 과거 회계학과 경영학과 교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영역에서 고정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했다면 이제는 학생들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는 과목은 폐강되고 마는 현실이었다.
서울시내 모 대학 교수는 "학생들을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해 자격시험에 자신의 전공 과목이 채택되도록 노력하거나 심지어 '쇼 맨십'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회계학과 세법 전공 교수들이 이번 회계사시험 개선안을 만드는 과정부터 공청회개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날 공청회에 경영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패널로 초청되지도, 방청객으로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를 충분히 반증하고 있었다.
결국 경제학문의 기초인 경영, 경제학을 제외시는 것이 회계의 전문성과 국제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에 대한 경영, 경제학 교수들의 의견은 청취도 못한채 공청회는 마무리 되고 있었다.
이날 당사자인 수험생들의 입장도 철저하게 배제됐다. 2시부터 시작된 공청회는 4시30분경 방청객에게 바통이 넘어갔지만, 마이크는 방청객으로 참여했던 대학 교수들이 모두 점령해 버렸다.
다시 30여분 동안 대학교수들간 학과목 배점에 대한 의견만 교환한채 겨우 한 명의 수습회계사를 지명해 듣는 시간으로 자본주의 파수꾼을 뽑는 공청회는 마무리 됐다.
"학문이기주의가 우수인재 선발이라는 공인회계사 시험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습니다. 회계사의 고유목적이 공공재적 성격을 띤 기업감사라면, 회계사들의 자질저하로 인한 부실감사의 피해는 국민들의 몫인데 …." 한 참석자의 지적이 새삼 무게를 더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