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31일 자체적 평가로 '강도 높은' 혁신안을 내놨다고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6월 혁신안의 재탕"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KDB혁신위원회는 31일 구조조정기업 재취업 전면금지, 비금융출자회사 시장가 매각, 구조조정, 인사·조직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산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등 출자사의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가장 먼저 출자사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개혁안 첫머리에는 워크아웃, 자율협약 수순을 밟고 있는 구조조정기업에 산은 퇴직 임직원의 상근·비상근직 재취업을 전면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6월 발표한 혁신안에서는 '예외적으로 심사를 통해 허용한다'는 단서를 붙였으나 이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기업 경영진에 대한 후보 추천 및 검증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보유 중인 132개 출자사를 매각할 때 시장가격으로 매각한다는 원칙을 정관과 내규 등에 명실한다는 것이다. 또 중소·벤처주식 패키지매각 등 다양한 매각방식을 도입해 신속한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기존 출자사를 매각하고 난 후 헐값 매각 시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이를 정관과 내규에 명시하기로 했다"며 "원칙에 따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6월 기준 6.15%에 달하는 부실여신비율을 2020년까지 2.5%로 줄이기 위해 투자자산을 매각, 조건부자본증권 발행해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 출자 및 자본확충펀드는 보완적으로 사용한다.
내부에서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인력을 축소하고 보수를 삭감해 351억여원 절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11개 부행장급 부문을 올해 말까지 9개로 줄이고 2020년으로 예정돼 있던 8개 지점 축소 계획을 2017년 말로 앞당겨 49억원을 아낀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산은은 또 대우증권 등 매각으로 4조1000억원,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으로 1조원을 확보함으로써 올해 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1.5%포인트 높이고 2020년까지 대우건설 등의 매각을 통해 추가로 1.38%포인트 상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산은은 강도 높은 혁신안을 내놓고 기한 내에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 6월 내놨던 혁신안에서 크게 진전된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을)은 "산업은행은 국정감사에서 혁신위원회에 외부 전문기관을 두겠다고 했지만 전문기관은 결국 없었다"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인원 자연감소분이 146명이고 매년 100여명의 퇴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산은의 인력 10% 감축도 사실상 꼼수"라고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 퇴직자의 자회사 및 대출기업으로 재취업 관행을 개선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산은은 지난 6월 '출자회사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임직원 재취업 관리를 제도화 시키는 KDB 혁신 추진방안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