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한 최순실씨
박근혜 대통령은 2일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정권 최대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독단적 인사 강행에 나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드러나는 의혹들이 점입가경인 상황에서 '책임총리제 카드'로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국회와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인사를 강행한 것이어서 국회, 특히 야당과 국민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 거국중립내각 보다 '책임총리 카드'…벼랑 끝 전술 = 박 대통령은 이날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냈고 국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김 후보자는 비교적 여권과도 관계가 좋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대 국회 초반 여당의 초정으로 강연을 해온 인연도 있다. 박 대통령이 그에게 '책임총리' 역할을 맡긴 것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성난 민심과 경색된 야권을 달래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경제부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내정한 것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관료들의 동요를 막고 경제 정책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임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인 박승주 전 여가부 차관은 김 총리 후보자의 추천을 받아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정통 관료출신이고 호남출신이지만 보수성향 여권 인사로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여가부 차관 퇴임 이후 MB계 인사 모임인 '세종로포럼'을 주도해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주요 내각 인사 강행은 앞서 밝힌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대통령 탄핵과 하야 요구가 빗발치고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박 대통령 역시 사정권에 들어서고 있어 '박 대통령 수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국민 '절대 증오' 수준…안종범 "朴 대통령 시켜서 한 일" = 특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모금 지시를 한 당사자로 지목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난 대통령 지시받고 미르-K스포츠 재단 일 했다"고 폭로하면서 박 대통령이 사태의 '몸통'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전날(1일) 내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11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지지율은 처음으로 9.2%까지 떨어졌다. 특히 대통령이 하야해야 한다는 응답이 67.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헌정사상 현역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리대로 떨어진 것은 IMF 외환위기를 가져온 김영삼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5%)로 기록되고 있다.
한 자릿수 지지율은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대통령을 '비토'하고 있는 것으로 '절대 증오'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독단적으로 인사를 강행한 것은 민심에서 드러난 사태파악보다 자신의 '권력 의지'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가뜩이나 최순실 때문에 성난 민심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야당이 철저히 무시당했다. 여당 역시 배제됐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리 인선 발표에 대해 "여기(당서)와서 들었다"며 청와대가 전혀 여당과 상의하지 않았음을 나타냈다.
□ 국민-야당 무시한 대통령, 野 "개각, 인정하지 않는다" = 야권은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재규정하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를 압박해왔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 협조나 공정한 수사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인사를 강행한 것은 야당 무시로밖에는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책임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한다 해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은 김 후보자가 야권인사라 해도 '최순실 방탄 내각의 수장' 역할을 하게된 만큼 그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 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인사 강행을 맹비난하며 김 후보자 등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부할 전망이다.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이 청문회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청문회 성사 자체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에서의 인준안 통과 요건은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 비공개 회의에서 "이번 개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오늘 기습적으로 발표된 개각에 대해 반대하는 차원에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으로 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입장도 보이콧"이라며 "인사청문회를 완전히 거부해버리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오기로 부총리나 장관은 임명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꾸 정쟁으로 가서 안 된다"며 "여소야대인만큼 앞으로 (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총리도 안 되고 헌법재판소장도 안 된다"고 압박했다.
◆…야3당 원내대표.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
□ 野 "제2최순실 내각, 국민과 국회에 대한 도발" = 야당은 박 대통령의 독선적 인사 강행을 성토하기도 했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을 겨냥, "박 대통령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그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며 "최순실 내각을 정리하라고 했더니 또 제2차 최순실 내각을 만든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거국내각을 제안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과거 야권에 몸담았던 인사를 내세우면 야당이 꼼짝 못하겠지(라고 생각한 것)"라고 일갈했다.
이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상황을 안일하게 보고 자신의 국정 주도권만 고민하는 저 독선적인 대통령에게 정말 절망을 느낀다"며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아직도 박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은 뒤로 한 채 인사 국면으로 호도하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분노는 국민들에게 더 큰 탄핵과 하야의 촛불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인사 강행에 대해 "국민과 국회에 대한 용서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힐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