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 인사 강행에 야당 내에서 본격적으로 '박근혜 퇴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2일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새 국무총리에 내정을 강행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내에서도 '하야'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들이 속속 '대통령 하야' 주장을 내놓고 있고 실제 행동으로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더민주는 이날 여의도역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홍보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었다. 이 자리를 시작으로 대국민 여론전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그동안 더민주는 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관련해 국민들의 박 대통령 탄핵·하야 목소리가 높아져도 동참하지 않아왔다. 대신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별도의 특별법을 통한 특검, 국회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다. 이는 자칫 여권에 야당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고 탄핵에 반대하는 일부 여론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무시하고 개각을 강행하자 당 지도부의 기류도 변화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감정은 대통령 하야, 탄핵이 절반가량 되지만 민주주의를 지켜 온 제1당 대표로서 지극히 절제하고 있다"면서도 개각 소식을 접한 뒤 의원총회에서는 "다시 한 번 원점에서 생각할 때가 됐다"고 경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상황을 안일하게 바라보고 오로지 자신의 국정 주도권만을 걱정하는 독선적인 대통령에 절망을 느낀다"며 "앞으로 박 대통령은 더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야권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대통령의 하야를 언급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또 다시 분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저는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 현재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이 모여 조직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겠다"며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도 이 시국회의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야권 대선주자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남 나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개각은) 분노만 민심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라며 "거국중립내각 방안을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했다.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전 보다는 강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 국민들의 압도적인 민심은 대통령이 즉각 하야하고 퇴진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저는 그 민심 잘 알고 있고, 그 민심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하야하다는 것은 우리 헌정사에 큰 비극이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국정의 혼란이나 공백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하다면 정치인으로서 정치의 장에서 정치적인 해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이다"라며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저 역시 비상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야권 주자인 김부겸 의원 역시 "국회를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대통령은 거국중립내각을 여전히 자신의 주도 하에 구성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을 계속 행사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라며 "야당으로서는 이제 대통령의 주도권을 인정하든가, 아니면 하야 투쟁으로 나서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은 셈"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안 의원은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 당신께 더 이상 헌법파괴권리는 없다"며 "당신께 더 이상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을 권한이 없다. 당신께 더 이상 선조들의 피, 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끌고 갈 권리가 없다. 저는 정의를 되찾기 위한 길을 가겠다"고 박 대통령의 하야를 전면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최순실을 앞세워 국가 인사와 안보 정책을 사유화한 중대한 국가범죄행위"라며 "박 대통령은 국민의 피, 땀 어린 세금을 강탈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위험에 빠트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일파의 사욕을 위해 온갖 권력을 남용했다"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