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
與野, 대통령 수사 압박수위 ↑…서면조사 가능성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검찰 수사 촉구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날(2일) 밤늦게 긴급체포 되고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수사의 화살이 박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다,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이 이루어졌다는 증언과 재단인사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 등이 나오면서 박 대통령이 수사를 피하기는 힘든 국면이 됐다.
또한 박 대통령이 '탄핵·하야' 목소리가 들끓고 있는 현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기보다 자신의 권력욕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수습하려하자,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거듭 나오고 있다.
□ 법무부 장관 "대통령 수사자청하라 건의하겠다" = 특히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경우 '수사를 자청하라'고 건의하겠다고 변화된 입장을 보이면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압박수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김 장관은 '별도로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하고 나선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된다면 (검찰이)제한 없이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카드에도 비판 여론이 들끓고 대통령 관련 의혹들이 거듭 불거져 나오자, 검찰 내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점 전 정책조정수석(박 대통령 왼편). 안 전 수석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검찰수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와 개입 내용을 밝혔다.(사진 청와대)
□ 與 "대통령 수사 불가피", 野 "조속한 대통령 수사" = 야권은 거듭 박 대통령의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밤의 대통령이자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대한민국을 그저 한낱 수익모델로 삼아 국민의 혈세와 기업의 돈을 갈취할 수 있었던 뒷배에는 바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청와대 왕수석 안종범이 검찰에서 모든 지시가 박근혜 대통령에 의한 것임을 명백하게 밝힌 만큼, 이제 검찰 수사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으로 재직 중 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헌법 84조는 대통령 수사배제의 핑계가 될 수 없다. 수사와 소추는 엄연히 다르다"며 "국민이 주인인 국가를 한낱 측근실세의 수익모델로 전락시킨 대통령이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검찰 수사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선 박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이 선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5선 중진의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필요하다고 하면 대통령 스스로가 특검을 해서라도 이 사태를 빨리 규명하겠다. 또 내가 조사의 대상이라고 하면 마다하지 않겠다. 이런 입장 표명을 하시는 게 옳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일명 진정모)'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현재 당내 여론은 친박 강경파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통령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라며 "대통령이 민심을 외면하고 개각을 발표하고 모르쇠로 나오면 더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현직 대통령 직접조사 전례 없어, 檢 서면조사 가능성 ↑ = 문제는 대통령 수사가 결정된다 해도 조사시점과 방식이 간단하지 않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만큼 진실규명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이루어지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많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방문조사나 서면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들끓는 민심과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직접조사가 이루어질 경우 이는 사상 최초 사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 'BBK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팀의 방문조사를 받은 바 있고, 지난 2012년 11월 퇴임을 앞둔 시기에 터진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 사건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서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는 이루어진 적이 없어서 검찰 역시 부담이 클 것이고 대통령 역시 이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재단 모금 형성과정에 박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독대하는 등 개입한 증언이 나온 만큼 조사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의혹에 대해 발뺌을 하겠지만 여론압박 때문에 버티기는 힘들 테니 서면이나 방문조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