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 회동 13분 만에 종료…정 의장 "대통령도 마음 비워라"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요구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사실상 수용하고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13분 만에 마무리되면서 국회 추천 총리에 대한 논의는 구체화 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 의장에게 "총리를 추천해주신다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국회를 전격적으로 찾아 정 의장과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어려운 걸음을 하셨다. 힘든 시간이고 국민이 걱정이 많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이고 국가의 위기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드는 게 중요하다. 주말 촛불민심을 잘 수용해주시고, 그래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국무총리 권한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를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거국내각을 통한 위기극복을 해야 하고, 정치문제는 의장단 보다는 정당이 중심"이라며 "하지만 국가의 위기인 만큼 정당의 책임 있는 분들과 대화해서 지혜를 모으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제 전직 의장 6분을 만났는데 다들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다. 대통령의 명예를 지킬 수 있도록 국회도 협력해야 하고, 동시에 대통령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면서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하셔야 하고 차후 권한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당 간에 싸울 수도 있고 청와대와 국회 간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며 "힘들더라도 국민의 의견과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심각한 민심 이반에도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지명, '책임총리' 권한을 보장한다고 밝혔지만 지난 4일 대국민 담화에서조차 이 부분을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아 논란을 산 바 있다.
정 의장은 이 같은 논란과 박 대통령의 기습개각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고려해 국회 추천의 국무총리의 권한이 어느 선인지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박 대통령은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 말씀을 정당에 잘 전달하고, 제 정당이 위기극복에 협력하도록 소통 잘 하겠다. 건강 잘 챙기시라"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총리 후보는 국민이 납득할만한 인물,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 지금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대통령도 안심하실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인물을 찾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리당략을 벗어나 정성을 들이고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 국가만을 생각한다면 해법이 나올 것이다. 사심 없이 잘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회동은 13분 만에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이 회동을 위해 국회 본청에 입장하자 야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 떼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