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제2의 한미약품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공시·공매도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기업의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익일 공시에서 당일 공시 원칙으로 바꾸고 공매도 참여자의 유상증자 청약을 금지한다.
지난 9월 28일 한미약품이 미국 제넨텍 기술수출 계약 관련 호재성 공시를 한 후 다음날인 29일 독일 베링거잉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건에 대해서는 익일 오전 9시 29분에 늑장 공시했다.
당시 호재성 공시를 신뢰한 투자자들이 한미약품 주식을 대거 매수했고 악재성 정보가 공시되지 않은 29분간 공매도가 급증하며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 이 날 한미약품의 주가는 전일 대비 18% 떨어졌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악재성 공시가 익일공시 사항으로 규정돼 있어 기업의 중요한 정보임에도 투자자에게 즉시 정보제공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기존에는 자율공시한 사항을 다음날 18시까지 정정공시하면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변경사항이 있는 경우 당일 18시까지 공시해야 한다.
또 금융위는 자율공시 항목 중 '기타 상장법인·재무·주식 등 투자에 중요한 정보'는 단계적으로 의무 공시(포괄주의)로 전환하고 당일 공시 의무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 4분기 기술이전, 도입, 제휴계약, 특허권 취득 및 양수·양도 관련 사항이 의무 공시로 전환된다. 기술이전, 특허 관련 사유로 매출액 대비 5%(대규모 법인 25%) 이상 손익이 발행하거나 기업 경영·재산 상태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그 예다.
이어 내년에는 기타 자율공시 항목 중 주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검토·발굴해 의무 공시화 할 계획이다.
기존 거래소 수시공시 대상은 유가증권 53개, 코스닥 32개 항목으로, 목록에 없는 중요정보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알 방법이 없고 처벌도 불가능했다.
앞으로 일반공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등 유상증자 기간 중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는 유상증자에 참여가 제한된다.
적용대상은 유상증자 공시일부터 발행가격 결정일(청약일 전 3거래일) 사이에 공매도를 한 투자자다. 이들은 유상증자 직접적 청약 참여는 물론 유상증자에 참여한 자와의 공모를 통한 참여도 제한된다.
제한 규정을 어길 경우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 밖에 금융위는 공매도 과열종목을 지정하고 다음 매매거래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제한할 예정이다. 또 무차임공매도 금지, 공매도 호가제한 등 공매도 관련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