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한 세무대학세무사회 회장(세무법인 호연 대표세무사).
지난 2001년 19회 졸업식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립세무대학.
학교는 비록 폐교된 지 15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지만 세무대학 출신 졸업생들에게는 아직 마음 속 늘 '고마운 존재'라는 각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곳이다.
세무대학은 실제 졸업생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졸업생들은 이 대학이 본인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여건이 안 되는 상황에 처한 자신들에게 수업료 걱정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
세무대학 3기 출신으로 '세무대학세무사회(이하 세세회)' 제9대 회장을 마무리하게 되는 김승한 회장에게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세무대학은 졸업생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일반대학과는 다른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입학생 중 많은 학생들이 집안 형편이 어려웠는데 그들에게 학업을 계속하며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지금까지 세무대학이 있었으면 어려운 환경 때문에 마음껏 공부하기 힘든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되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베이비붐 세대, 일명 386세대로 대변되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김 회장 또한 어린 시절 무척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는 피난길에 오른 부모님을 따라 충청남도 공주시에 위치한 마곡사에서도 산속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 위치한 화전촌에서 자랐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산속에서 고사리, 취나물을 캐 이를 관광객에게 판돈으로 학비를 내면서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중학교과정은 검정고시를 거쳤고, 공주농고 졸업과 동시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확고한 집념만은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책을 집어들게 됐다.
그는 "읍내 헌책방에서 인문계 교과서를 구입해 6개월 동안 산속 빈집 촛불 속에서 거적을 깔고 공부한 끝에 세무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 회장의 학구열은 공직 생활에서도 이어졌다. 중부지방국세청 근무 시절 세무사 시험공부에 매진, 2002년도 제39회 세무사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2003년 개업과 동시에는 고려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이후 수원대 박사 학위까지 도전하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수원대 박사 과정에서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지만 그 대신 생각지 못한 원형 탈모증이 생겨 버렸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주변 지인들은 김 회장에 대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마음이 지나치게 어질고 순한 사람을 이르는데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터뷰에서 만난 김 회장의 모습과 딱 들어맞았다.
김 회장은 제9대 세세회장 임기를 마무리 하면서 어떤 아쉬움이 남았을까.
1만2000명의 한국세무사회 회원 중 세무대학 출신들은 약 1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특수한 환경의 단일대학 출신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끈끈한 응집력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정치적인 일들에 있어서는 한국세무사회 내부에서 세세회가 특정 이익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세세회는 학문 연구에 집중하고 대학시절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후학들에게 나눔과 봉사로 사회에 환원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완벽하지는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김 회장은 세정 발전을 위해 건전한 납세문화 조성에 일조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그는 "세무사 일을 하면서 '세금을 떼 가면 도둑맞은 기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부에 대해서는 인색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실 기부와 세금은 똑같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납세자들은 세금은 뺏긴 것이고 기부는 낸 만큼 복을 받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복지사회의 길로 접어들 것인데 이때 세금은 필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부가 개인적으로 돕는 것이라면 세금은 국가라는 공적인 조직을 통해서 남들을 돕는 것"이라며 "세금에 대한 건전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일선 학교에서부터 세금 전도사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