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상법 (제369조)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두 개로 분할할 경우 의결권이 사실상 부활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제윤경 의원은 이와 관련 “인적분할 이전에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각각 30%, 70%이고 이 회사의 자사주가 20%라고 가정한 사례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 분할로 두 개의 회사로 쪼개지면 그 결과도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지분율은 각각 30%와 70%가 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러나 회사를 분할할 때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해 사업회사에 대한 대주주와 일반지주의 지배력은 44%와 56%로 소유구조가 왜곡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술'이라는 얘기다.
제윤경 의원은 이런 대표적인 사례로 대한항공을 꼽았다. 초기 자사주 6.8%를 보유했던 대한항공은 2013~2014년 이를 이용한 회사분할과 주식교환 방식의 유상증자를 잇달아 시행했다.
제 의원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사주와 인적분할로 지배력을 3배 늘리는 마술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회사 돈을 활용해 총수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지분구조가 왜곡된다는 점에서 변종 순환출자인 셈이라는 해석이다.
“다른 재벌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사주는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요건 충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사주가 많을수록 회사분할 시 지주회사 요건인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 20%를 손쉽게 채울 수 있습니다.” (제윤경 의원)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 논란의 정점에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은 각각 12.8%와 10.2%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 등 일가의 지분율은 불과 4.91%에 머물러 있지만 회사를 쪼개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할 경우 그 지배력은 17.1%까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 제 의원의 분석이다.
그는 또 “이 부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지주회사로 넘기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 지분을 받으면 자회사 의무보유 비율 20%도 손쉽게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10대그룹 핵심 계열사의 자사주 지분율이 높은 것도 이런 연유라고 의원측은 진단했다. [아래 표 참조]
◆…자료=국회 정무위 제윤경 의원실 제공
제윤경 의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벌 계열사들의 자사주 확대는 주주들을 위하는 것이 아닌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대주주의 출연 없이 회사 돈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지배구조가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개정안은 김영춘, 민병두, 박남춘, 소병훈, 손혜원, 이해찬, 임종성, 표창원, 황주홍 10명의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