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국세청이 그동안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다양한 '과세정보'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렸다. 과세정보가 밖으로 세어나갈 경우 개인의 사생활과 기업의 영업상 비밀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기어코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국세청의 지나친 '비밀주의'를 두고 오래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은밀한 정보를 '보느냐 숨기느냐'의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국회에 대한 과세정보 제공근거를 명확화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국세기본법)을 재논의 안건으로 분류시켰다.
구체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국회 예산정책처장이 과세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비밀유지의 예외'로 보도록 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안은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을 목적으로 국세청에 과세정보 제출을 요구했을 때'엔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국회법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국세청)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비밀유지 조항'을 근거로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납세자의 사적 비밀이 보호받을 수 없다는 우려를 제기한 정부와는 달리, 정치권에선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현재보다 많은 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개인 과세정보의 보호와 국회 입법 및 의정활동의 충돌이 있는 경우 어느 것을 우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선진국의 사례 등을 감안해 입법정책적인 판단한 필요하다"는 요지가 적힌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선 국세청의 과세정보 제공 거부를 두고 여야 모두 반발이 심했다.
일부에선 기본적인 과세 자료조차 공개를 거부하는 국세청의 비밀주의가 탈세를 방조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날선 비판까지 나왔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최순실 사건처럼 모든 의혹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미리 챙겨봤으면 안 일어났을 수도 있었다"며 "정부가 긍정적인 자세로 제공해야 하며, 의원들에게 제공이 어려우면 별도의 장소에서 정보를 제공하던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도 "과세자료는 것이 더 이상 비밀 자료가 돼서는 안 된다"라며 "이걸 권력 차원으로 독점해서 활용하겠다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컨셉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을 개정하는 대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과세정보를 열람하는 수준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박연차 세무조사하는 정보를 내놓아라는 이런 부분은 국세청이 계속 거부해왔고, 그러다보니 현실적으로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의원들이 가서 보고 오는걸로 해왔다"라며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조금 더 진전될 수 있는 것이 뭔지 정부가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