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계파 갈등이 날로 험악해지고 있다.
친박 지도부와 비박계 간 서로를 향한 날선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꼴사나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부역자' 공방까지 전개되고 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을 주도하는 비상시국위원회를 향해 "이달 안에 해체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조 최고위원은 "어떤 분은 당 대표를 하면서 '최순실, 정윤회의 사건에 대해서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얘기했고 어떤 분은 비서실장을 하면서 그 시스템을 알면서도 뒤로 숨어버렸다"며 "어떤 분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최태민 일가의 일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났을 때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최순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 바 있고, 유 전 원내대표 역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을 하며 '최태민과의 관계'를 변호한 바 있다.
이에 조 최고위원은 "최태민, 최순실, 정윤회와 관련된 우리당 의원들의 발언, 동영상 전체를 모으고 있다"며 비박계를 향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특히 조 최고위원은 야당이 주도하는 박 대통령 탄핵 추진에 비상시국위원회가 연대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금 상황에서 탄핵을 한다면 내년 5~6월 조기 대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며 "야당에게 정권을 그냥 헌납하는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되는데 조기 대선을 치러도 된다는 건지 시국위에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전 대표를 겨냥, "김무성 전 대표께서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게 '부역자'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탄핵을 주도하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야당 누구와 그러한 논의를 했는지 이제는 밝혀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최고위원의 이같은 비박계를 향한 공세는 앞서 비상시국위원회가 전날(27일) 총회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안 찬성에 집중할 뜻을 밝히면서 친박계를 겨냥,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부역자 명단을 공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비상시국위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과 친박 실세로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던 최경환 의원의 정계은퇴와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비상시국위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대표자회의에서 지금은 탈당, 분당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탄핵안 통과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의 부역자, 그리고 당의 비민주적 퇴행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날 친박-비박 중진 의원 동수로 꾸려진 중진의원 6인협의체가 비상대책위 체제와 관련, 비박계가 3인을 추천하며 그 중 1인을 결정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정현 대표는 이에 대해 "이런 식으로는 당의 화합이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 갈등 양상은 더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류나 비주류에서 추천하니 무조건 받으라고 하면 속하지 않은 나머지 초·재선을 포함한 당 구성원들이 받을 수 있겠냐"고 반발했다.
반면, 비박계 좌장인 김 전 대표는 6인 협의체의 합의에 대해 "잘된 결정"이라며 "국민 앞에 당을 그야말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 있고 의지 있는 비대위원장을 잘 물색해서 추천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과 관계없이 비대위는 빨리 구성돼야 한다"며 탄핵 정국 이후에도 "비대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다시 한 번 양측이 강하게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