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감사원은 연말 '예산 밀어내기' 특감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6일부터 20일간의 일정으로 착수되는 이 번 특별감사에서 감사원은 중앙부처 등의 예산 전용 및 낭비 사례를 점검하고 특히 조기 집행된 경기부양 정책자금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감사원의 이런 방침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자부로부터 공식(?)적인 '예산 밀어내기' 지시사항이 각 지방자치단체들에게 하달돼 부처간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
행자부가 23일 각 지자체에 시달한 '지방재정운영 강조사항'의 내용을 보면 미집행된 지방예산을 조기에 집행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물론 투자 효과가 높거나 민생안정과 관련된 부분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강조사항에 명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평가 계획이나 세부 사업에 대한 지시 등이 제시되지 않아 지자체 임의대로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결국 행자부가 시달한 내용만 보면 올해 회계연도 종료시일이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 지자체의 연말 '예산 밀어내기'를 공식적으로 지시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행자부 관계자는 "예산절감액, 불용발생 예산액을 조기에 파악해 지자체의 효율적인 예산 운영을 독려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미집행된 예산의 조기집행 지시는 예산을 밀어내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 시내 곳곳에서 시행 중인 공사현장을 보면 한달여 남은 기간 동안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임기응변식 행정 낭비로 발생하는 부담이 그대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시민들의 한탄이 고조됨은 어쩌면 당연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행자부는 감사원의 특별감사와 더불어 연말까지 자체적인 예산감시 시스템을 마련해 자신들의 '지방재정운영 강조사항'이 공식적인 '예산 밀어내기' 지시로 오해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연말 예산 집행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실시해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