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신의 없는 사람, 정치 기웃대지 마라" 돌직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과 관련해 야권의 입장이 나눠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반 총장의 행보에 대해 비판한 반면, 국민의당은 환영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반 총장은 지난 20일(미국 현지시간)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대권 의지를 나타냈다.
더민주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 나와 반 총마 출마에 따른 제3지대론에 대해 "정치 호사가들의 만담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우 원내대표는 "지금 거론한 정치 지도자들 사이의 연합이 잘 되겠느냐. 한 당에서도 연합이 잘 안 되시는 분들인데 척척 제3지대에 모인다는 말이 저는 잘 이해가 안 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더민주 대선주자이기도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 총장을 향해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안 지사는 반 총장에 대해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도 하지 못했던 분"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반 총장이 경남 김해 봉하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다녀왔고 해마다 1월 1일 권양숙 여사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해명한 발언을 지적하며 "이제 와서 변명한다. 솔직히 그 말씀을 듣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없다"고 꼬집었다.
안 지사는 "중부권 대망론과 친박계의 추대론을 은근히 즐기다가 탄핵 바람이 불어오니 슬그머니 손을 놓고 새누리당 깨져서 후보 추대의 꽃가마가 당신에게 올 것이라 기다리고 계신다"며 "그러면서 국민을 위하는 길에 정당이 뭐가 중요하냐고 일갈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의 죽음 앞에 조문조차 하지 못하는 신의 없는 사람, 이리저리 태평양 건너 미국에 앉아서 여의도 정당 판의 이합집산에 주판알을 튕기는 기회주의 정치 태도, 정당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수준의 낮은 민주주의 인식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없다"고 일갈했다.
안 지사는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한국 최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국민과 우리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이라며 "감히 그리고 간곡히 드리는 저의 말씀을 고까와 마시고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한 더민주는 반 총장을 향해 UN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을 담은 결의안과 대선 출마 시사가 위배되는 점을 지적했다.
정진우 부대변인은 'UN사무총장은 각국의 비밀 상담역을 수행하기 때문에 적어도 퇴임 직후에는 어떤 정부자리도 사무총장에게 제안해서는 안 된다. 본인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UN 결의안을 언급하며 대선출마 시사가 결의안과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 5월 반 총장에 대해 '반 총장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눌변이고 의전에 집착하며 자연스러움이나 깊이가 부족하다. 가장 우둔한 역대 최악의 총장 중 한명이며, 전임자인 코피아난에 비해 강대국에 맞서는 것을 싫어했다.'고 평가한 것을 언급하며 "반 총장은 무엇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한 몸 불사르는 길인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반 총장은 재임 기간 동안 눈에 띌만한 업적이 없었다는 해외의 비판이나 불필요하게 국내 정치에 관심을 두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라며 "반 총장이 이러한 각계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반 총장의 사실상 출마 선언을 환영하며 입당 후 대선 경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반 총장 측근에게 새누리당,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에 대해 굉장한 흥미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우리 당에서 반 총장이 안철수, 천정배, 손학규, 정운찬 등 이런 분들과 강한 경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상당히 좋은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