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들(굳이 근로자로 범위를 한정하지 않아도)은 하루 24시간을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성실납세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세금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주머니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통의 직장인이 하루 24시간을 살면서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일까. 가 '납세자의 날'을 맞아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세금이란 놈의 꼬리를 밟아 봤다.
◆ 하루 24시간, 곳곳에 도사린 '세금의 함정'
아내와 아들 딸 하나씩을 둔 평범한 직장인 김조세氏씨는 오늘도 '5분만 더'를 외치며 아내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면을 하고 양치질도 하고 신문을 읽으며 '큰 일'까지 치르는 김氏. 그는 벌써 칫솔, 치약, 세수비누, 수건, 화장지 가격의 10%씩 붙는 부가가치세 10∼20원씩을 낸다.
아침도 거르고 나온 김조세씨는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며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에 올라 출근을 서두른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담배소비세의 50%)320원이 이 때 김씨의 주머니에서 슬쩍 빠져나간다.
쏘나타 승용차를 매일같이 모는 죄(?)로 김씨는 자동차세 1422원(1일 기준)을 낸다. 자동차세는 분기별로 1년에 2번 몰아서 낸다. 또한 자동차를 구입할 때 납부한 등록세와 취득세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등으로 총 1809원(5년 보유 기준)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왕복으로 30㎞. 1일 평균잡아 휘발유 2.5리터 정도를 사용한다. 김씨가 '요즘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기름 2.5리터에 대한 세금 2462원(부가세 313원, 교통세 1575원, 교육세 236원, 주행세 338원)이 세나가고 있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 김씨는 회사에 도착해 매점에서 2000원짜리 샌드위치 한 봉지를 사서 사무실에서 먹는다. 2000원짜리 샌드위치를 사면서 부가세 182원을 잊지 않고 냈다. 그나마 잔돈이 없어서 700원짜리 음료수를 사지 않아 다행이지 샀다면 좀 더 세금을 냈을 뻔 했다.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다 보니 점심시간을 놓친 김씨는 오후 2시쯤 혼자 나와 가까운 부대찌개 집에서 5000원짜리 찌개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부대찌개 값에 포함된 455원의 부가세는 김씨가 밥을 먹고 있는 사이 슬그머니 국고로 들어갔다.
밥을 다 먹고 회사로 돌아온 김씨 책상 위에 월급 명세표가 놓여져 있었다. 연봉 5000만원. 이 정도면 많이 받는다는 생각을 해 왔던 김씨는 세금으로 빠져나간 액수를 볼 때마다 그 생각을 접는다. 그나마 올해는 세율이라도 조금 내려 다행이지만 1달 평균 35만원 정도의 세금을 낸다. 하루로 따지면 대략 1만632원(근소세, 주민세 포함) 정도.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김씨. 김씨는 얼마 전 평생의 꿈인 내집마련에 성공했다. 10여년 동안 열심히 맞벌이를 하며 4억원(국세청 기준시가 3억)짜리 아파트를 장만한 것. 그러나 구입시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등(5년 보유기준)으로 총 8712원의 세금을 매일 매일 내야할 처지다. 잠자리에 누워 있어도 세금은 어디론가 빠져 나가고 있는 셈 이다.
연봉 5000만원의 김조세씨가 하루 동안 내는 세금은 대략 2만8500원 정도이다. 1년에 대략 1040만원 정도를 세금을 내는 것. 그러나 동료들과 술자리도 갖고 가족들과의 외식, 새물건 장만 등 '돌발변수(?)' 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부담은 좀 더 불어나게 된다.
직접세 부담이야 눈에 보인다 하지만 간접세 부담은 그닥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부가세 등 간접세란 물건값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계산서를 관심 있게 보지 않으면 자기가 얼마의 세금을 냈는지 알 수가 없다.
"세금을 걷는 기술은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 거위의 비명을 줄이면서 털을 많이 뽑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프랑스의 재상 콜베르의 말처럼 직접세 부담에 대해서는 비명이라도 지를 수 있지만 간접세 부담에 대해선 알지 못하면 비명도 지를 수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