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조차 접촉을 꺼리는 세무관서가 이날 만큼은 시끌벅적해 진다. 인기 절정의 연예인을 초청한 세무서의 경우, 신문사 사진기자, 방송국 카메라 요원, 연예인을 구경하러 온 관내 납세자와 세무서 직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연예인 홍보 언제 시작됐나
납세자의 날은 매년 3월 3일 개최하는 법정기념일로 국민의 납세정신 계몽과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제정됐다. 1966년 3월 3일 국세청이 개청된 이듬해부터 '조세의 날'로 정해졌으나 지난 2000년에 '조세의 날'이 납세의무를 너무 강조해 국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자 납세자가 주인이라는 의미의 '납세자의 날'로 바꾸어 기념 행사를 치르고 있다.
국세청도 이같은 '납세자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하고 있는 '세금을 아는 주간' 행사는 국세행정 대외 홍보활동의 일환으로 1980년부터 매년 한 두 차례씩 열어왔다. 제1회 '세금을 아는 주간' 행사는 지난 1980년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됐으며, 명예세무서장 위촉과 세무강좌 등으로 행사를 구성했다.
이후 1989년까지는 특정한 시기를 정하지 않고 매년 한 두 차례씩 행사를 실시해오다 1990년부터 지금과 같이 국세청 개청일에 맞춰 3월초 한 주간의 일정으로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
그러다가 1992년 개최한 '세금을 아는 주간' 행사에 국세청이 처음으로 '1일 명예민원실장'을 위촉키로 하면서 연예인들이 세무서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홍보는 역시 '연예인'‥행사 취지는 글쎄(?)
올해 '세금을 아는 주간' 행사에도 탤런트 김희선·조인성·최강희씨, 영화배우 신하균·염정아씨, 개그맨 정선희·김태균씨, 가수 장윤정·현철·태진아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한다. 작년에도 개그맨 박준형·김보화·이창훈·안선영씨, 탤런트 장서희·이희도씨, 영화배우 김도진(원빈)씨, 가수 이정현씨 등 참석한 바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사는 주소지나 소속 연예기획사가 있는 관할 세무서의 1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위촉돼 하루 동안 세무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연예인들은 다음 일정을 이유로 1-2시간 정도만 세무서에 머무르기 일쑤다.
오전 기념식에 참석한 후 해당 세무서장 방에서 간략한 세무서 현황 설명을 듣고 세무서 전체를 한번 둘러본 뒤 1층 민원실에서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서 업무를 체험하게 된다. 여기서도 업무 체험보다는 세무서를 방문한 납세자들이나 내부 직원들에게 싸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촬영해주는 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 "'국민들의 납세의식 고취와 세금의 중요성'을 홍보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연예인들의 자기 홍보를 위한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많은 납세자들이 세무서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국세행정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을 통해 관심을 불러모으는 것도 필요하다"는 불가피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연예인들을 세무서 행사에 참여시키는 것에는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연예인들이 직접 세무서 업무를 체험토록 함으로써 국세행정 대외 홍보를 극대화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