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명진vs서청원 "무례하다"…"최소한 품격 지켜라"
새누리당이 친박 인적청산을 놓고 내홍을 겪다 결국 전면전에 돌입했다.
'인적청산'을 당 쇄신 첫 번째로 천명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적청산 대상자로 꼽히는 친박 핵심인 서청원 의원이 3일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서 서 의원이 소속 의원 전원에 편지를 보내 '인적 청산'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당 대표에 대해 무례한 일이다. 인간 인명진에 대한 무례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인 비대위원장은 "내가 평생 살아온 것으로 보나 민주화 운동을 한 역사로 보나 서 의원이 나에게 그렇게 무례하면 안 된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 의원이 자신을 '독선적'이라고 한 데 대해서도 "뭐가 독선적이냐. 나가라고 했느냐"면서 "스스로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들도 사람 만나고 여론을 볼 텐데 스스로 결정해 책임을 지라는 게 독선이냐"고 힐난했다.
또 "인위적인 청산이냐, 스스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다.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고 친박 핵심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인명진 말고 박 대통령을 봐서라도 뭔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그게 사람 아니냐. 그런 염치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박 대통령이 엄청난 직을 잃게 됐는데 그분을 따라다닌 사람들이 뭐하나. 나 같으면 국회의원직 내놓고 농사 짓겠다"며 "정치고 나발이고 인간적으로 사람이 된 다음에 정치해야지, 의원직 유지하고 당만 나가달라는데 그것도 못하느냐"고 거듭 비난했다.
인 위원장은 서 의원이 자신의 거취문제(탈당)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임금님이냐. 자기가 얘기하면 다 들어야 하느냐"며 "과거엔 그게 통했는지 몰라도 당이 이 지경이 된 건 그런 태도로 당을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인적 청산 대상에 대해 "죽을 사람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몇 사람이라도 나가줘야 한다"면서 "과거에 책임지지 않는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의 강한 비난을 받은 서 의원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발표해 인 위원장을 겨냥했다.
서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이 자신이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두고 '무례하다'고 비난한 데 대해 "금도를 벗어났다"며 "최소한의 품격을 지키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서신은 그동안의 과정과 경위를 동료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일 뿐이었다"며 "아무리 생각을 해도 결례를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에 대한 인 위원장의)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나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부디 국가와 국민, 그리고 새누리당을 위해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 더민주, 文 대선후보 기정사실화한 민주硏 보고서 논란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내 계파갈등 소지가 드러나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3일 비문(비문재인)·비박(비박근혜) 이른바 개헌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구축이 대선 승리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가 일부 친문 인사들끼리 돌려봤다는 취지의 내용이 이날 한 매체에 보도됐다.
김용익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정도에 앞으로 개헌 문제가 대두될 것이니 지도부가 참고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해서 문병주 박사가 작성하도록 된 것"이라며 "편파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편향성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보고서 내용이 당내 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를 당 대선 후보로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점 등에 대해 다른 대선주자들은 물론 일부 초선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국회 개헌특위에 4년 중임제에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의원을 다수 참여시키고 적극적 개헌론자나 이원집정부제 주장자의 특위 참여를 소폭 수용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조기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 온 문 전 대표를 당 싱크탱크가 지원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다.
이에 즉각적 '개헌'을 주장해온 김부겸 의원과 일부 초선 의원들은 문건의 작성과 배포 경위 등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김부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연구원의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한다"며 "당의 공식기구인 민주연구원이 벌써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처럼 편향된 전략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에서 당이 개헌논의를 수용해야한다는 입장을 건의했지만, 당론을 정해야하는 민감한 개헌 이슈에 대한 보고서가 몇몇 사람에게만 회람되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민주연구원은 특정 후보가 아니라, 당의 집권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선 의원 20명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 당내 경선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특정인을 당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당의 공식 기구에서 '비문 연대, 비문 전선, 비문 결집'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건의 작성, 배포 경위 등 진상 조사와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대책 등을 제시할 것을 추미애 대표에게 요구했다.
추 대표는 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진상조사를 한 번 해보겠다"면서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개인 연구원 차원의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당의 논의를 거치지 않고, 지도부 지시를 받지 않고, 개인이 연구수행을 해 당의 균형과 공정성을 해친다고 하면 제가 문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낸 초선의원들과 면담을 통해 진상조사위를 꾸려 보고서의 작성 및 유포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이 문제가 지금 예민한 시기이고, 당에서도 공식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한 것이 없는데, 내용도 제한적이지만 전달된 것에 대해서 여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진상조사 착수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신속하고 묵묵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안규백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보고서의 작성과 배포 경위 등을 조사해 필요할 경우 관련자를 문책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