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한국세무사회 선출직 임원이 세무사회 사무국에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폭언과 위협을 가하는 등 '갑질 논란'에 휩싸이면서 볼썽 사나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일로 세무사회 사무국 직원들이 발칵 뒤집혔고, 대응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메일' 한 통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오전 세무사회 신년인사회에 앞서 진행된 상임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된 일련의 규정 개정안이 상임이사회 구성원인 Y감사의 이메일로 송부되지 않았다는 것. 이에 격분한 Y감사는 상임이사회가 끝나자마자 담당 여직원(J팀장)의 사무실로 찾아가 폭언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함께 J팀장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철용 대형 철제 스테이플러를 들고 머리를 내려치려는 듯 휘두르는 등 위협을 가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J팀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임이사회가 끝나고 Y감사가 찾아와 '메일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언제 보냈냐'며 화를 냈고, 책상 옆에 놓여 있던 스테이플러를 들고 큰 동작으로 '×팔 내가 성질이 없어서 그냥 있는 줄 알아, 콱! 콱!'하면서 때릴듯이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무서웠고, 모멸감과 비애감을 느꼈다"며 "당시에는 충격을 받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사무실 내에 있던 다른팀 직원들 몇명이 현장을 목격했고, 사실확인서를 받아놨다"고 전했다.
아울러 "세무사회 회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메일로 보냈을 뿐인데 그 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몰랐다. 왜 이런 모욕까지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취급까지 당하며 회사를 다녀야하나 라는 생각에 사표를 쓸까도 생각했다. 한 동료에게는 자살하고 싶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여직원에게 폭언을 가한 당사자인 Y감사도 사건에 대해 해명했다.
Y감사는 "세무사회 제규정 개정 관련 문건을 다른 감사는 메일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만 받지 못했다. 확인해보니 4~5년 동안 사용하지 않던 메일로 보냈더라"며 "지금껏 임원을 하면서 계속 세무사회로부터 다른 메일주소로 자료를 받아왔고, 내 명함에도 그 메일주소로 적혀있다. 그런데 이번만 사용하지 않는 메일로 보낸 것이다. 현재 세무사회에 사실확인 공문을 접수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당일 아침에 세무사회 감사실에 가보니 내가 사용하던 캐비넷이 파손되어 있었다. 그 안에 있던 문서도 도난당한 상태였다. 이 일로 매우 놀란 상태"라고도 밝혔다.
이 사태로 인해 세무사회 사무국 직원들은 부글 부글 끓고 있다.
잘잘못을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무국 직원, 특히 여직원을 상대로 선출직 임원이 험악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암암리에 벌어졌던 임원들의 비인격적 대우 문제를 표면으로 끌어올려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세무사회 사무국의 한 직원은 "과거부터 세무사회 임원들이 세무사회 사무국 직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함부로 하는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며 "이런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사무국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사무국 직원들은 Y감사의 행동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통해 해당 여직원 및 사무국 전체 직원에 대한 공식 사과, Y감사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 유사한 사태 재발을 막는 조치 강구 등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세무사회 임원이 사무국 직원을 함부로 대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당시에도(2014년) 선출직 감사가 문제가 됐었으며 해당 감사는 지방세무사회 소속 여직원에게 상습적으로 심한 폭언을 가한 혐의로 해당 여직원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망신을 당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