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대국민 사과 '압박'
야권이 23일 경제회복과 국론분열 방지를 강조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 흉내 내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구속시킨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압박했다.
앞서 황 권한대행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회복을 위해 수출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특히 특검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모금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해 '뇌물죄' 혐의를 적용, 수사를 하고 있음에도 "정부도 여러분께 부담을 드린 일이 있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또 일자리 창출에 대해 "기업인 여러분에게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나아가 논란이 되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와 일본인 위안부, 역사 교과서 등에 대해 여론과 반대되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야권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이냐",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라"는 등 질타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황 권한대행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신년기자회견"이라며 "말만 번드레했지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 같은 기자회견"이라고 비난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정책 목표에 가까운 하나마나한 내용이었고, '노력하겠다', '힘 쓰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평가할 가치를 특별히 찾기 어려웠다"며 "도대체 이런 부실하기만한 기자회견을 왜 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회 탄핵 가결로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그 직무를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신년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 기분이라도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론 분열 운운하며 극단적 대립을 지양해야 한다고 국민을 훈계한 것은 정말 자신의 신분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개탄스럽다"며 "황 대행은 책무를 대신 지라고 한 것이지 권한을 대신 누리라고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지시 혐의 등으로 지난 21일 새벽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장관으로 구속된 것을 지적하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송구스럽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사태가 이렇게 될 동안 황교안 권한대행은 무엇을 했는가? 특검수사상황을 언론을 통해서라도 봤다면 진작 사표를 제출하도록 지시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또 조윤선 장관의 빈자리를 자신이 임명한 송수근 제1차관이 대행하도록 했다. 블랙리스트로 특검 수사까지 받았던 송수근 차관을 장관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는 것이 과연 적합한가"라며 "황 권한대행이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세세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 차리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에서 황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권한 범위를 뛰어넘어 모든 국정현안을 해결하겠다고 한다"며 "길어야 4개월, 짧으면 2개월에 불과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어떻게 모든 국정현안을 해결할 수 있나"라고 힐난했다.
장 대변인은 "탄핵정국의 과도내각으로서 황교안 총리는 국민들께 잘못 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국민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민생과 안전,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황교안 권한대행은 자신의 상황을 직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 주시기 바란다"며 "국민을 상대로 정치에 몰두하지 말고 국회로 와서 여ㆍ야ㆍ정 정책협의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특히 장 대변인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하여 범정부차원에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대국민사과를 해야한다"고 압박했다.
나아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오로지 민생현안에만 집중하시길 촉구한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