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직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우문현답'은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뜻하는 사자성어 '愚問賢答'이 아니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이들은 풀이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지난해 9월 1일~12월 31일 사이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이 금융회사를 방문해 건의 받는 과제 547건 가운데 237건, 43%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소액 의료실비의 경우 복잡한 서류 (보험금 청구서, 진단서, 진료비 세부내역서, 진료영수증, 통장 및 신분증 사본) 요청으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 빈발했다. 더구나 병원비가 발생할 때마다 보험사에 제출하는 서류를 갖추고 직접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금융위는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해 '보험금 심사에 필요한 사본인정기준을 상향조정 (회사별 30～100만원 이하→최소 100만원 이하의 금액)하는 방식으로 청구서류 구비 부담을 줄였다.
금융위는 또 군복무 중인 병사를 대상으로 체크카드 발급 때 실명확인을 완화했다. (중소금융과 양재훈 사무관)
이는 은행 직원이 군부대를 방문해 체크카드를 모집할 때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은 병사는 발급이 불가능한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체크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단체모집과 관련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요구불예금 가입 때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군인, 경찰은 소속 부대장이나 경찰관서장이 확인한 서류로 실명확인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체크카드 발급 때 신분증이 없더라도 군부대장이 발급한 본인확인 증빙을 개별적으로 제출한 경우 실명확인 및 본인신청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판단토록 했다.
MMF 최초 설정 때 편입비율 규제에 대한 적용유예 규정도 한 사례다. (자산운용과 전은주 사무관)
MMF는 집합투자재산의 40% 이상을 채무증권에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초설정 적용유예 규정이 없다. 반면 증권집합투자 기구의 경우 최초 설정 시 편입비율 규제는 1개월 유예 적용된다.
이는 단기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단기채권 및 전단채 발행이 많지 않아 매수가능 채무증권을 찾는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위는 MMF에 대해서도 증권집합투자기구의 최초설정 적용유예 기간인 1개월이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해 운용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했다.
'Non ActiveX 프로그램 충돌방지 방안'도 수용된 케이스다. (금감원 IT감독팀 노경록 선임)
2015년 2월 시행된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으로 보안프로그램 설치 의무가 폐지됐다. 이 결과 금융회사별 보안프로그램 종류와 형태가 달라졌다.
특히 금융기관별로 ActiveX를 대체하는 상이한 보안모듈이 도입됨으로써 모듈 간 충돌과 오동작에 대한 민원이 여럿 발생했다.
금감원은 보안프로그램 관련 오동작 같은 주요사안 발생 때 금융회사 간 전파·공유하고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등 불편을 개선할 예정이다.
금융위의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은 2015년 4월 2일 출범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1312개 금융회사를 방문해 이들로부터 총 3419건에 이르는 관행·제도 개선건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48%가 수용됐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새해엔 “중소기업, 수출기업, 지역기업 같은 주요 이슈에 관련된 일반기업을 방문해 금융애로를 청취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메신저 (금융소비자 패널), 금융정보공유 커뮤니티 회원 등 금융소비자 대상 간담회를 통해 제도개선 사항도 적극 발굴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