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에 떨어진 '45억원' 과징금, 현재로선 가장 중한 제재
'종합대책' 하루빨리 시행돼야 '제2의 대우조선' 막을 수 있어
지난 23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5조7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대우조선해양에 고심 끝에 과징금 45억원4000만원을 부과했다.
24일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업이 회계를 분식해 키운 거짓장부 몸집에 비해 금융당국이 내린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생각에서다.
심지어 한 독자는 조세일보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조원씩 도둑질하다 걸려도 몇십억만 뱉어내면 그만이라면 나도 분식회계에 적극 가담하겠다"고 금융당국 제재행태의 맹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우조선에 내려진 45억원의 과징금은 금융당국이 현 제도의 틀 안에서 조치할 수 있는 가장 큰 금전적 제재다.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는 기업 회계분식 행위별로 최고 20억원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합산해 부과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쳤다. 45억원 상당의 대우조선 과징금도 여기서 비롯했다.
이전까지는 총 20억원 한도 내에서 분식회계 유사동종 행위 중 위법이 가장 중한 행위 1건에 대해서만 과징금이 부과됐다. 많아봤자 20억원이었단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번에 대우조선에 내려진 과징금 제재수위는 한참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지난 1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이 아직 국회관문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종합대책대로라면 금융위가 작년 6월 과징금 관련 규정을 고쳤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한 회계분식 저지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종합대책에 따르면 과징금 '20억원 상한'이 없어지는데다 분식 적발금액이 커질수록 과징금 수준도 높아진다. 따라서 분식회계 적발기업은 상한에 관계없이 분식금액의 20%를 과징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예컨대 분식회계가 1조원 규모로 5건이 있다면 (2000억원 X 5건) 부과될 과징금은 총 1조원에 이른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수조원대 분식의 혐의가 확정된 기업에 내릴 수 있는 과징금 제재수위가 고작 수십억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며 "정국이 혼란스럽다고 해서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종합대책 등 외감법개정안 국회통과를 소홀히 여겨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2의 대우조선이 나오지 않아야 국민이, 기업이, 국가가 비로소 부강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선위는 이와함께 대우조선해양으로 하여금 분식회계 발생 당시 업무를 맡았던 담당임원을 해임토록 권고했고 전 대표이사에게 1600만원, 현 대표이사에게 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