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지해안
그중 하나가 서귀포 서흥동의 황우지 해변이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황소가 건너가다 생긴 바다 모양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의 아름다운 자연 풀장이 있다.
지금은 선녀탕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곳이다.
한 쪽에는 커다란 바위가 파도를 막아주고 크고 작은 바위 웅덩이가 푸른 바닷물을 담아 놓아 마치 자연 노천탕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황우지해안 일본진지동굴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에는 열두 군데의 상처가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해안에 폭약과 자살보트부대를 배치하기 위해 뚫어 놓은 진지굴이 12개가 있다. '결7호 작전'이라 불리는 일본의 마지막 군사작전의 최전방지는 제주도였기에 그 피해는 클 수밖에 없었다.
세계평화의 섬을 만들고자 하는 제주도민의 염원은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을 겪지 않으려는 각오와 다짐에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싶다.
제주 해안 곳곳에 그들이 남긴 흔적은 긴 세월이 지나고 파도에 떠밀려도 그대로 상처로 남아 있다.
◆…외돌개
해안에 홀로 우뚝 서있는 바위는 바다에 나가 풍랑을 맞아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굳어버린 할머니의 애달픈 이야기를 품고 있다.
◆…법환포구
슬픈 전설을 뒤로 하고 해안길을 따라가면 법환포구가 나온다. 잠시 들러 가까이 보이는 범섬과 문섬을 보며 차를 한잔 마시는 여유를 즐기는 건 어떨까. 포구 주변의 아름다운 카페들이 발길을 잡는다.
법환포구를 지나 해안길을 따라 걷는 올레 7코스 길은 꼭 한번 걸어야 할 곳이다.
◆…서건도 표지판
한참을 걷다보면 서건도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하루 두 번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이 열린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셈이다.
◆…서건도
이곳 역시 인근 아이들의 놀이터로 한여름이면 바다에서 헤엄치고 낚시를 하다 섬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샘물이 나오는 곳에서 물을 마시기도 했다고 한다.
◆…물길이 열린 서건도
지금은 맑은 샘물이 오염된 바다와 만나 이끼가 자라는 곳이 되어버려 마음이 아프다. 바로 강정 해군기지가 코앞에 만들어지면서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자연은 옛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더 이상 해안길을 따라 걸을 수 없기에 엉또 폭포가 있는 중산간으로 마을길을 따라 걸어보자.
◆…엉또폭포
비가 오면 폭포가 된다는 '엉또'는 작은 굴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뜻의 제주어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이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만 폭포가 만들어지기에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아직 폭포수를 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비온 뒤 엉또폭포
하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도 폭포는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인다. 한참을 올라가야 보이는 폭포는 절벽 주변에 아름드리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그야말로 숲속의 비밀공간이 된다.
◆…엉또폭포의 쉼터
엉또 폭포 옆에 있는 작은 쉼터에는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사연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엉또 폭포를 뒤로하고 강전천을 따라 내려와 도순마을을 지나 하원초등학교 길 아래로 내려가면 동양최대의 건축, 국내 최대의 목조불상이 있는 약천사가 있다.
◆…약천사 대웅전
제주도의 모든 불교가 제주토속 신앙과 만나 독특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신을 모시는 신당이 제주도의 절에 대부분 있다. 대웅전을 돌아 걷다보면 눈에 띄는 글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약천사 산책로 글귀
깨달음이란 큰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 욕심내지 않고 하루를 잘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산책길인 듯하다.
◆…대포항
약천사 아래는 큰개물이라는 옛 이름의 대포항이 숨어있다.
이곳 해안길을 자동차로 가다보면 순간적으로 놓치기 십상이다. 대포항은 커다란 포구와 작은 마을이 절벽 아래 숨어 있다.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는 요트, 제트를 타는 곳이 있으며 작은 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할 수도 있다.
◆…대포항 주변 횟집들
주변의 많은 횟집에서는 직접에 바다에서 잡은 활어나 해녀들이 잡아 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여행자의 하루가 저물어가는 포구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