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국세청의 '세금'을 둘러싼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2007년부터 지속된 수천억원의 세금을 놓고 밀고 당기는 공방이 10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올해 또는 내년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정기)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과 국세청은 현재 11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놓고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진행된 정기세무조사(2008년~2012사업연도 대상) 결과 부과된 세금이 쟁점이다. 당시 국세청은 은행이 과거 커버드본드(금융기관의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담보부채권) 발행 과정에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별개의 회사로 보지 않은 회계처리를 문제 삼았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은 총 1243억5700만원의 법인세(지방소득세포함)를 국세청으로부터 부과 받았다. 이 회사는 미지급금으로 인식한 지방소득세 10억2700만원을 제외하고 1233억3000만원을 납부했지만 이중 1142억8300만원에 대해서는 국세청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13년 세무조사 결과로 추징된 법인세 관련한 불복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세청-국민은행 지긋지긋한 10년 '악연'
국민은행과 국세청이 이 같은 악연을 맺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히 10년 전인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정기세무조사를 받았다. 그 결과 국민은행은 천문학적인 금액인 4380억원의 세금을 두들겨 맞았다.
국민은행이 2003년 '카드대란'으로 대규모 손실을 낸 국민카드를 합병하면서 생긴 대손충당금 9320억원이 문제가 됐다.
국민은행이 합병 전까지 대손충당금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다가 합병 직후 대손충당금을 쌓고 법인세를 신고했기 때문에 내야 될 세금을 부당하게 줄였다는 판단아래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대손충당금 계정은 납세자가 장부계상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결산조정사항이기 때문에 합병 후 쌓았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논리로 조세불복을 제기했다.
국민은행이 제기한 조세불복은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에서는 기각결정을 받았다. 이후 법정으로 다툼의 무대를 옮긴 이 문제는 5년에 걸친 공방전 끝에 2015년 1월 국민은행의 최종 승소로 마무리됐다. 국민은행은 납부했던 세금과 환급가산금 등을 더해 4000억원이 넘는 돈을 되돌려 받았다.
이후 국민은행은 부실정리기금에서 분배받은 수익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며 국세청과 151억원 규모의 법인세 경정거부처부 취소소송을 벌였지만 지난해 8월 법원의 최종 결정은 국세청의 승소였다.
□ 국민은행 세무조사 임박…'악연' 시즌4 예고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대형 금융사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착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사 '양대산맥'인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많다. 두 회사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는 2013년 진행됐다.
현행 국세기본법에서는 법인세의 경우 통상 5년의 국세부과 제척기간을 두고 그 기간 안에서만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세부과 제척기간은 신고기한 다음날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2013사업연도 분은 2014년 4월1일부터 5년째 되는 날인 2019년 3월31일까지가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다.
국세청이 일정 규모 이상 법인에 대해서는 5년 주기 순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점, 통상적인 세무조사 기간이 4~6개월인 점 등을 감안하면 2013년 2008~2012사업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았던 국민은행의 2013년 사업연도 분에 대한 세무조사 시기는 올해 또는 내년 초로 좁혀진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올해 세수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는 측면에서 세무조사 시기가 임박한 금융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앞당겨 '노력세수'를 창출, 세입 부족분을 메우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노력세수는 탈루 혐의가 있는 납세자를 대상으로 걷는 세무조사 징수액과 체납된 세금을 받아내는 체납 징수액 등을 합한 것을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경영이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무조사까지 받게 된다면 순탄치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