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생뚱맞은 國稅部 신설? 국세부가 없어서 세수에 문제가 있나? 국세조직이 너무 비대해 지는 것은 아닌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시장논리에 반하는 것 아닌가?
국세부를 신설하여 세제실과 국세청, 관세청, 조세재정연구원을 산하에 두는 문제는 간단치가 않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세부 신설을 제안하는 이유는 ▲세제실과 국세청의 원활한 소통 ▲지나치게 과중한 경제부총리 업무의 완화 ▲입법기관과의 원활한 소통과 견제 강화 ▲국무회의에서의 세제 발언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제실의 중요성, 국세청과의 연관성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이 제정한다. 하지만 정부는 세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세제에 대한 거부권의 행사여부는 세제실에서 검토하고 국무회의에서 결정한다. 따라서 세제실은 조세의 삼권분립을 유지하는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세제실은 국회의 세법제정을 견제할 뿐만 아니라 하위법령인 세법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안하는 대단히 중요한 조직이다.
국세청은 2만여 공무원, 관세청은 4천여 공무원을 거느린 메머드 조직이다. 연간 200조원의 세수를 조달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세무조사를 집행하는 국세청. 글로벌시대의 경제국경을 지키는 관세청의 중요성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법따로 현실따로'처럼 세제와 세정이 괴리되거나 엇박자가 나면 조세에 대한 신뢰성은 무너진다. 세법은 세법의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경제현실에 맞게 제정돼야 하며 세무행정은 세법취지에 맞게 일관되게 운영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세제를 집행하는 국세공무원은 기업현장에서 현실과 맞지 않은 세법을 발견해도 세제개선은 상급기관인 세제실의 몫이란 이유로, 자칫 월권으로 비칠까봐 나서기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제합리화를 위해서는 세제를 현장에서 집행하는 국세청과 세제를 입안하는 세제실, 세제를 연구하는 조세재정연구원이 하나의 팀웍을 이룰 필요가 있다.
세율을 올리지 않고 세수 늘릴 방법은 없나?
가령, 가산세제도를 고치는 것만으로도 세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납세자의 자기시정 시의 패널티(가산세)를 완화하면 굳이 세무조사를 하지 않아도 세수는 늘어날 것이다 <2015. 4. 21. 조세일보, 강석훈 김영록 의원 공동주최, 가산세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참조> 하지만 세제실은 당시 참석하여 공감을 표시하고도 지금까지 요지부동이다.
상속증여세의 과세베이스를 현재의 과세대상자 1%수준에서 30%정도로 늘리는 것으로도 세수는 늘릴 수 있다. 가혹한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완화하여 조세회피심리를 줄이는 것으로도 세수에 득이 된다. <2015. 6. 23. 조세일보, 강석훈 의원 공동주최, 상속증여세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참조>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세제실은 별 반응이 없다.
부동산투기광풍이 불던 시절 만들어진 건설산업 세제를 고치면 건설업계의 납세순응도를 높이고, 국민들의 주거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2015. 4. 16. 조세일보, 심재철 의원 공동주최, 건설산업 세제정상화 토론회 참조>
경기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 토론회도 그동안 여러 차례 열렸지만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세제개선 체감도는 낮다.
조세와 거의 같은 기능을 하는 4대보험. 그 통합징수권을 국세청으로 이관하는 것으로도 4대보험 재정건전화를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부처의 기득권에 막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세제개선' 말처럼 쉽지 않다
세제실이 이처럼 세제개편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제를 고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건의하는 세제개선안만 수백 건이 넘는다. 특히 가산세 규정은 여러 세법에 산재해 있다. 상당수 법조항은 민법 등 다른 법률과 연계되어 있다. 법률간 충돌이 없어야 하고 모든 안건에 대해 복잡다기한 경제사안을 일일이 대입하여 세수효과를 산출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업무다.
세법을 입안한다고 끝이 아니다. 법제처를 거쳐야 하고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국회에 제출될 수 있다. 또한 입법권은 국회의원들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소관 상임위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회 통과될 가망이 없다.
이런 복잡다기한 개선안을 만들어 내는 세제실 수장이 차관급도 아닌 1급공무원이어서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작다. 또한 세제를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역할을 하는 국무위원은 경제부총리 한 사람이다.
지나치게 방대한 경제부총리의 업무
기획재정부는 과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합친 공룡조직이다. 산하에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 4개의 외청을 두고 있다.
또한 경제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해야 한다. 참석자는 의장인 기획재정부장관과 교육부장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환경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금융위원회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다
이처럼 업무가 과중한 경제부총리가 국회와 국무회의에서 세제개편안을 무난하게 조율할 수 있을까?
세제의 전문성, 중요성 감안해야
세제실과 국세청, 관세청을 '국세부'라는 한울타리에 두고 국세부 장관이 국회와 국무위회의에서 세제를 조율하는 것이 전문성, 중요성,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복지재정수요증가, 국가부채폭증, 한반도통일 재원마련..... 대한민국 재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제의 합리화, 세정의 선진화가 절실하다.
'국세부'라는 최첨단 항공모함을 제공하여 미래를 향해 원활히 항해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