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주요 부품을 외주에서 자체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기술이나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1일(현지시간) 독일 은행 방크하우스 람페(Bankhaus Lampe)가 애플의 아이폰용 전력관리 칩을 공급하는 다이얼로그 세미콘닥터의 투자등급을 '홀드(보유)'에서 '셀(매도)'로 하향조정했으며 그 결과 당해 회사의 주가가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투자 등급을 하향 조정한 재무 분석가에 따르면 “애플이 다이얼로그의 PMIC(전력관리용 칩)를 대체하기 위한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어 가시화할 경우 대부분의 계약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16년 기준, 스마트폰 전력관리용 칩 시장 점유율은 20% 이상으로 이 분야 세계 최고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매출액의 70% 이상을 애플에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은 36% 하락하며 36개월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회사 측은 “주가가 하락할 특별한 사업적인 이유가 없다”면서 “올해 양호한 매출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주가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한편 지난주 애플이 그래픽 칩을 자체 개발 중인 부품으로 교체, 부품 공급업체에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미지네이션의 주가는 70% 이상 폭락하면서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방크하우스 람페는 익명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와 독일 뮌헨에 전력관리용 칩셋 개발 센터를 설립하고 관련분야 개발인력도 80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카를스텐 일젠(Karsten Iltgen) 방크하우스 람페 분석가는 전력관리 칩 개발과 관련, “우리가 보기에 애플이 자체 PMIC(전력관리용 칩)를 개발 중이며 최소한 다이얼로그가 공급하는 칩을 부분적으로라도 대체할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에 익숙한 소식통 또한 “애플이 뮌헨에서 다이얼로그의 최고 기술자들을 미친 듯이 밀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애플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이얼로그 경영진과 접촉 중이라는 증권 중개회사 엑세인(Exane)의 중개인은 “다이얼로그가 애플의 사업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전망에 과민 반응을 보였다”며 이미 올해와 내년 아이폰 모델에 장착할 칩 설계를 마친 상태로 2019년까지 사용할 부품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이얼로그가 공급하는 전력관리용 칩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1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를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80명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미지네이션 사태에서 보듯이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은 한꺼번에 발생하는 엄청난 물량으로 인해 공급선이 단선화(하나로 몰리는) 되며 애플에 매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다이얼로그도 그동안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2014년에는 호주의 센서 칩 제조사 Ams AG와 합병을 시도했지만 불발됐고 2015년에는 미국의 아트멜(Atmel)을 인수하려 했지만 마이크로 칩이 끼어들면서 물거품이 되었다.
애플은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지난 10년 동안 제품 생산을 크고 작은 공급업체의 아웃소싱 확대를 통해 해결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체 프로세서와 지문인식 센서 등을 개발, 주요 부품공급업체였던 CSR, 포털플레이어, 시그마텔, 울프슨 등을 탈락시켜 왔다.
매출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에 대해 애플이 공급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하거나 해당 부품을 개발 중이라는 루머만 나와도 해당 회사들의 주가가 휘청거리며 존폐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충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