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원 육박, 시총 6.5% …주주친화·지배구조개편 영향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규모가 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 사이에는 45%나 급증했다.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 정책을 강화하고 지배구조 개편 목적 등으로 자사주 취득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중 관리종목 등을 제외한 682개사의 자사주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70.5%에 해당하는 481개사가 지난해 말 현재 12억8914만여주(보통주 기준)의 자사주를 보유했다.
이는 분석 대상 682개사 상장주식 총수(370억3700만주)의 3.5%에 달하는 것이다.
481개사 자사주 보유 주식은 금액으로는 79조9000억원에 달해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에서 6.5%를 차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규모는 지난 5년간 크게 늘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자료 분석 결과 2011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들이 보유한 자사주는 5억3967만주였고 금액으로는 55조2000억원이었다.
지난 5년간 상장사들의 보유 자사주는 138.88% 급증했다. 또 금액은 44.7%나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사주를 들고 있는 481개사의 경우 자사주 보유 총수는 1년 전(9억8800만주)보다 30.5% 늘었고 금액(69조3000억원)은 15.2% 증가했다.
자사주 보유규모가 가장 큰 상장사는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현재 보유한 자사주는 1798만여주, 금액으로 32조4030억원이었다.
지난 2015년 말 1990만여주의 자사주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469만9000여주를 취득하고 662만주를 소각했다. 이에 따라 자사주는 192만주 가량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 주가가 43% 오른 영향으로 자사주 보유금액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11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완료했고 올해도 9조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자사주 보유규모가 큰 기업은 SK로 3조3360억원이었다. 삼성물산이 3조2913억원, NAVER는 3조220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SK는 보유 자사주 수가 변동이 없었고 삼성물산은 지난해 270만7000여주, NAVER는 40만2000여주를 취득했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2조2978억원), SK텔레콤(2조2706억원), 삼성화재(2조262억원), 현대자동차(1조9305억원), POSCO(1조8512억원), 현대중공업(1조4779억원) 등이 자사주 보유규모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기업의 자사주 보유규모가 커진 것은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에 부응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도 2015년부터 올해까지 한시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배당,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이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인상,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경우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경우도 배당으로 인정한다.
신광선 한국거래소 홍보팀장은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법인의 연말 현금배당 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며 "주주이익 환원에 대한 시장 전반의 요구가 커지고 정부도 이를 유도하면서 기업들의 주주친화 정책 기반이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