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예산상 목표치를 넘어서는 이른바 '세수 풍년' 상황이 현실화된 가운데, 세금이 잘 걷혔을 때 세금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등의 '선심성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최승민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 추정 및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세수는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경기가 좋으면 개인, 법인 소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세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동시에 실업급여,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정부지출도 줄어 재정수지(세입-세출)는 좋아지게 된다.
경기가 불황을 지속했을 땐 재정수지가 악화되는 경향이 짙다.
그간 정부의 세수입은 좋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12년부터 3년간은 정부 예측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 세수 결손액은 2012년 2조8000억원에서 2013년 8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급기야 2014년에는 10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세수결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국세 수입이 정부 예상을 2조2000억원을 초과하며 4년 만에 세수 결손을 벗어났다. 작년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7000억원이 늘면서 2년 연속 세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보고서는 경기가 호황일 때 정부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늘려 경기과열을 방지하면서 재정여력을 쌓아두는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불황일 때는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여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l) 재정정책은 경기변동의 폭을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 반면 경기가 호황일 때 늘어난 세수를 차지하기 위해 각 집단이 경쟁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경우를 경기순응적 재정지출이라고 한다.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에서는 경기순응적인 지출정책을 펼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의 200~~2015년 재정수지 등을 토대로 경기대응성을 추정한 결과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등이 경기대응적이 아니라 경기순응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경기가 좋을 때 재정여력을 쌓지 못하고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 향후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재정정책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재정정책의 경기대응성이 OECD 평균보다 높았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 경기대응적인 재정정책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여 경기를 안정화시키고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국가채무 증가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율과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하고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선심성으로 세금을 인하하거나 지출을 늘리는 경기순응적 재정정책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