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대전정부청사.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 기생하며 국정농단을 주도, 온 나라를 들쑤셔 놨던 최순실(구속)의 측근이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구속)와 공모해 관세청 고위직 공무원 인사를 쥐락펴락한 혐의를 받고 있는 관세청 L모 사무관에 대한 징계절차가 조만간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청은 L모 사무관 인사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중앙징계위원회 회부).
인천본부세관에 근무하던 L모 사무관은 현재 제주세관으로 하향 전보된 상태다.
L모 사무관은 지난 2015년 고영태에게 2000만원을 건네며 평소 관세청 테니스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며 가깝게 지내던 선배인 인물(김대섭)을 인천본부세관장(고위공무원 가급)으로 인선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관세청은 기존 인천본부세관과 인천공항본부세관을 통합하며 만들어진 최초의 고위공무원 가급(1급) 인천본부세관장 인사를 추진하고 있었다.
안팎에서는 행정고시 출신들이 고위직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관세청 인사구조상 비고시(7급)출신이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인선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김 전 세관장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인천본부세관장(2016년 1월)으로 임명됐다.
김 전 세관장은 인사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월 무성한 뒷말을 남긴 채 돌연 퇴직했다.
검찰 발표 및 그동안의 정황에 따르면 L모 사무관은 고 전 이사의 측근인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연줄이 닿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이사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씨의 지시로 L모 사무관과 가까운 류상영 부장으로부터 김 전 세관장의 이력서를 받아 전달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앞서 L모 사무관은 김 전 세관장 외에도 관세청 차장, 관세청 기획조정관 인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검찰이 류상영 부장의 휴대전화를 통해 입수한 문건에 차장은 외부(기재부 출신) 인사, 인사국장(기획조정관)은 이찬기 국장이 적합하다는 발언이 실려 있었는데, 이는 당시 관세청 내부 상황을 모르는 이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세청 안팎에선 이 내용 역시 L모 사무관이 류상영 부장 등에게 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에 따르면 L모 사무관은 별도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의 인사를 청탁한 것도 아니고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서는 민간인 신분인 고 전 이사에게 돈을 건넨 공무원을 기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L모 사무관이 고씨에게 건넨 2000만원의 출처는 짚고 넘어 가야한다는 것이 관세청 안팎의 주장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본인의 인사청탁도 아닌데 20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사용한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L모 사무관의 형사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레 관세청 자체 징계에 모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제주세관으로 문책성 전보인사 조치를 내기긴 했지만 이마저도 문제가 불거진지 한참 뒤 여론 떠밀려 이루어진 기색이 역력한데다, 제대로된 하향전보도 아니라는 지적까지 관세청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관세청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관계자는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만으로 징계를 할 수는 없다"며 "징계가 된다면 그 이유는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느 정도 품위를 훼손했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무관 1명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수장인 관세청장(천홍욱)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붙들려가게 만드는 등 관세청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 사건인 만큼 L모 사무관에게 어떤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