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 (사진=바른정당 제공)
바른정당이 지난 1월 24일 정식으로 창당한 이후 100일도 채우지 못한 채 분당 위기에 처했다.
바른정당 32명 의원 중 14명은 탈당을 하고 자유한국당에 복당해, 홍준표 대선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이 유력한 14명의 의원들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재(8시45분) 조찬회동을 통해 탈당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이들은 논의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종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내의 후보단일화 요구와 14명의 의원들의 집단탈당 움직임에 대해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유 후보는 '끝까지 완주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네, 네"라고 답했다.
유 후보는 거듭 단일화 불가입장을 밝히며 대선 완주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대선 전까지 외로운 싸움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14명의 의원은 ▲홍일표 ▲황영철 ▲이군현 ▲여상규 ▲정운천 ▲권성동 ▲김성태 ▲장제원 ▲박순자 ▲김재경 ▲이진복 ▲홍문표 ▲김학용 ▲박성중 의원이다
이들은 전날(1일) 밤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자유한국당 홍 후보와 심야회동을 갖고, 후보단일화 및 탈당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김성태 의원은 "무너진 보수의 가치를 바로세우고,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에 홍 후보의 의지와 소신을 듣고 싶었다"며 회동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홍 후보는 "여러분이 도와주면 정권을 잡을 자신이 있다.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거듭 자신하며, "좌파에게 정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 달라. 함께, 같이 가자"고 말했다.
앞서 이번 회동에 참석한 바른정당 의원 대부분은 유승민 후보에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3자 단일화를 추진하라고 성명을 낸 의원들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끝까지 간다'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사진=유승민 페이스북)
이에 유 후보는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필로 쓴 A4용지 4장 분량의 글을 올렸다.
그는 "어떤 종류의 단일화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유 후보는 '끝까지 간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에서)후보 단일화를 하라 한다. 대통령 후보에서 내려오라고 한다. 나는 다시 묻는다. 나는,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 보수란 무엇인가?"라며 "우리가 가겠다고 나선 개혁 보수의 길은 애초부터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선택한 것은 쉬워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보수가 사는 길이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뜻을 품었고 그 뜻이 옳다고 믿는다"며 "시작은 언제나 작고 미미하다. 그러나 그 길이 옳은 한 끝은 창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에 대한 나의 답"이라며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고 완주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당장 14명의 의원이 추가 탈당할 경우 바른정당 의석수는 32석에서 18석으로 줄게 되고, 20석 기준의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의석수가 줄게 되면 정부에서 지급되는 보조금도 줄어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탈당이 유력한 이들은 "좌파에게 정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명분으로는 약하다.
당과 후보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탈당은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제 살길 찾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또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당의 대선후보를 선출해 놓고 당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퇴 압박도 모자라 탈당을 하는 것은, 당초 '새로운 보수', '보수 개혁' 등을 외치며 신당 창당을 주도했던 초심에 어긋난다.
당 안팎에서의 여론도 나쁘다.
유 후보 측 김영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금 바른정당이 어려운 상황은 맞다. 그래도 당장 탈당까지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면서 "좌파에게 정권 넘겨주기 싫었으면 좀 더 제대로 정치를 잘했어야지 오락가락 하다가 이제 와서 당을 떠나는 건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신자들은 그들에게 과분한 칭호라고 본다"며 "적절한 칭호는 저렴한 표현이지만 쫄보"라고 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우리가 잊고 있던 원래 이름은 개혁보수신당"이라며 "의석도 없는 당협위원장이 탈당을 감행했던 이유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