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5중 가장 덩치 작은 한국투자 실적에선 1위
1분기 순익 한투 미래에셋대우 KB NH 삼성 순
증권업계가 지난해말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이상 회사로 빅5체제를 형성한 이후 첫번째 분기 결산에서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승전보를 울렸다.
5일 각 증권사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에 1300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 다음으로 미래에셋대우(1101억원), KB증권(1088억원), NH투자증권(886억원), 삼성증권(558억원) 순으로 1분기 순이익이 컸다.
증권계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계는 초대형 IB(투자은행)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유상증자, 기업합병 등으로 몸집을 키우는데 집중해 빅5체제가 이뤄졌다"며 "이번 1분기는 이들 증권사의 통합 후 첫 실적 비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초대형 IB 인가를 내 줘 오는 9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빅5들은 IB의 공식 출범에 앞서 우량 기업공개(IPO) 등의 딜을 유치하고 기업여신을 늘리는 등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돋보이는 실적을 기록할 필요성이 높은 시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4조1049억원으로 5대 증권사 가운데 자본규모가 가장 작지만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636억원)보다 2배가 넘는 13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매출액인 영업수익을 작년 동기 대비 14.3% 증가한 2조94억원으로 늘렸다. 거래대금 부진과 개인매매비중 감소로 인해 수탁수수료가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ELS 조기상환과 금리안정에 따른 채권 운용수익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다.
게다가 우리은행 배당금 108억원, 시카브·키아라 펀드 평가익 200억원, 정책자산 매각익 160억원 등 수익원을 다변화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을 각각 인수·합병하면서 통합 법인으로 첫 성적표를 내놓은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의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각각 1101억원, 1088억원의 순익을 거둬 나란히 2, 3위에 랭크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4분기 합병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 때문에 20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1분기에는 금리 안정에 따른 채권운용수익 증가와 ELS 조기상환 발행 증가에 따른 마진수익이 증대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회사의 1분기 수탁수수료 수익은 88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 증가했다. 이는 현재 주식시장의 개인매매비중 하락율을 감안할 때 양호한 실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6조6411억원으로 경쟁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61%에 그쳐 수익면에서는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일각에서 통합 전 미래에셋대우의 전신인 대우증권의 작년 1분기 순이익 534억원과 미래에셋증권의 402억원을 단순 합계하면 업계 1위가 돼야 하지만 실제 실적이 그렇지 못한 것은 옥의 티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 합병에 따른 비용을 치르면서 470억원의 당기손실을 냈으나 모회사인 KB금융과의 시너지 효과로 지난 1분기에는 1088억원의 순이익으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이회사는 자기자본 4조 2113억원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순이익 규모도 업계 3위로 체면을 지켰다.
이 회사는 영업수익과 영업이익도 각각 41%, 152% 증가하며 통합 후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1분기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순이익 단순 합계가 65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란 평가다.
미래에셋대우에 밀려 자기자본 2위(4조 6147억원)로 내려앉은 NH투자증권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4% 증가한 886억원의 1분기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37.8%, 전년 동기에 비해서도 38.4% 증가한 수치다. ELS발행 및 조기상환 증가로 운용손익과 이자수지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평균거래대금 감소와 개인매매비중 하락 영향으로 수탁수수료 수익이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7%, 15.6% 감소한 713억원을 기록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기자본 4위인 삼성증권(4조1684억원)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58억원으로 대형 증권사 5곳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전년 동기에 비해 순이익이 20.26% 증가했지만 빅5에 속하지 못한 메리츠종금과 키움증권에도 밀린 업계 7위에 그쳐 덩치 값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올들어 시장금리가 안정되면서 변동성 축소로 인한 채권운용수익 회복에 만족해야 했다. 이밖에 ELS조기상환이익이 전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0%, 94.2% 늘어난 505억원을 기록하는 등 금융상품 판매수익 증가 흐름을 보였다.
1분기 5대 증권사 실적…자산운용이익이 갈랐다
올 1분기 5대 증권사의 실적은 자산운용이익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개 증권사의 총자산운용이익은 2534억 6900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265억3800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이익을 2800억원 가량 늘렸다.
자산운용이익은 증권사의 고유자본으로 유가증권(주식·채권),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외화 등을 거래해서 얻는 이익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덩치가 더 큰 다른 증권사들을 제친 것은 자산운용이익의 역할이 컸다. 이 회사의 1분기 자산운용이익은 997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04억원에 비해 무려 893억원이나 늘려 이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NH투자증권 509억원, 삼성증권 445억원, KB증권 337억원, 미래에셋대우 247억원 등의 순이었다.
NH투자증권은 2016년 1분기 268억원 적자에서 올해 509억원의 자산운용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미래에셋대우과 KB증권 역시 각각 전년 동기 158억원, 88억원 적자에서 247억원, 33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돌아섰다.
삼성증권은 같은 기간 307억원에서 445억원으로 이익규모를 138억원 늘렸다.
업계관계자는 "ELS(주가연계증권)가 조기 상환돼 관련 손실이 크게 줄어든 것이 증권사들의 자산운용이익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도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