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위원회, 대통령직속위원회 승격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40년 만에 영구정지 된 고리 1호기에 대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1호기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와 함께 기억될 것"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원전인 고리1호기는 이날 0시를 기해 영구 정지됐다. 지난 1977년 완공된 이후 40년 만이다.
특히 그는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원전중심 발전정책 폐기를 통한 '탈핵(脫核)시대'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원전 안전성 확보를 나라의 존망이 걸린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하겠다.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챙기겠다"며 "원자력 안전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하여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가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그동안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낮은 가격과 효율성을 추구했다. 값싼 발전단가를 최고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후순위였다. 원전은 에너지의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우리가 개발도상국가 시기에 선택한 에너지 정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국가의 경제수준이 달라졌고,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확고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았다"고 탈(脫)원전을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저는 이것이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해 9월 경주 대지진을 지적하며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2016년 3월 현재 총 1,368명이 사망했고, 피해복구에 총 22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 것이라고 한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영향으로 인한 사망자나 암환자 발생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 거듭 탈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 이후 서구 선진 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 발전소를 늘려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나라가 되었다"며 "국토면적당 원전 설비용량은 물론이고 단지별 밀집도, 반경 30Km 이내 인구수도 모두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는 물론, 원전 운영의 투명성 강화, 원전의 설계 수명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탈핵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수명을 연장하여 가동 중인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기준도 대폭 강화할 뜻을 밝히며 "지금 탈원전을 시작하더라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수십 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며 내진설계 재검토도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는 탈원전과 함께 미래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며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비롯한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하여 에너지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탈석유'를 선언하고 국부 펀드를 만들어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애플의 태양광 전기 판매, 구글의 태양광 사업을 위한 '구글 에너지' 설립 등을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원전과 함께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설비 가동률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또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고 적극 지원하겠다. 대한민국이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가 에너지정책의 대전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부와 민간, 산업계와 과학기술계가 함께해야 한다. 국민들의 에너지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분명히 가야 할 길이다. 건강한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 깨끗한 에너지 시대로 가겠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