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불안한 고용시장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이하 추경)을 편성했지만, 야3당이 반대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6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추경의 재원은 목표치보다 더 거둬들일 것으로 보이는 세금(국세수입), 쓰다 남은 재원인 세계잉여금과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해 마련된다. 통상 추경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재원이 마련되는데, 이 추경은 빚을 안내고 재원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그러나 야3당의 강한 반대로 심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추경 편성 요건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국민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이른바 '세금폭탄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난까지 더해져 있어 매듭을 풀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與野, '추경 요건' 공방…6월 국회 통과 좌절되나
정부와 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안과 새정부 출범에 따른 정부조직개편안 등을 처리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를 논의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은 이번 추경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추경의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대론을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원대대책회의에 참석해 "정부·여당은 법적 요건에도 맞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가공할 부담을 안겨 줄 공무원을 늘리기 위한 추경을 거두고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 예산안을 다시 짜서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역시 추경의 법적 요건을 문제 삼았으며, 일자리 관련 구체적인 계획에 있어 공무원 늘리기 이외에는 없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1일 서울 창성동 정부청사별관에서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서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이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추경안 처리를 최우선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야3당이 추경이 요건에 맞지 않는 등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은 만큼 이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회동을 갖고 추경 등의 심의 일정을 조율하려고 했으나, 끝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산됐다.
야당이 걸고 넘어지는 추경 요건에 대해 정부는 '법적 요건은 완벽히 갖췄다'는 입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4개월 연속 실업자가 20만명을 넘는 등 이번 추경은 법적 요건을 완벽히 갖췄다"며 "추경을 편성해 대응하지 않으면 실업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새 정부 경제팀도 첫 회동에서 "고용 불안·분배 악화 등으로 민생경제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으므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며 "일자리 추경안이 하루 빨리 국회에서 통과되어 공공부문 일자리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실효성 있는 추경을 하려면 추경 편성 요건을 지금보다 완화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적절성 여부를 논의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요건이 모호하다'는 야권의 추경안에 대한 지적에 일부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추경 요건에 대한 보완 작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으로 정국 균열의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사실상 6월 국회통과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