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신 신고 다시 돌아갑니다" = 시 낭독으로 퇴임사를 대신한 김봉래 차장. "국세가족은 더 신뢰받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국세청이 보고 싶을 것"이라고 국세청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를 낭독하자 국세청 직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2만명 국세청 직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38년 동안 국세청 조직에 몸 담아 '국세맨'으로 한 평생을 바친 김봉래 국세청 차장이 떠나는 마지막 길에는 직원들의 아쉬움과 눈물이 가득했다.
3일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에서 열린 김 차장의 퇴임식에서는 김 차장 내외가 입장하자 직원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고 김 차장의 재임기간 동안의 모습이 담긴 기념영상이 상영됐다.
퇴임식에서 상영되는 기념영상은 대개 재임기간 동안의 업적이나 성과 등의 내용이 주로 담기지만 이날 김 차장의 기념영상에는 '차장님의 먹방', '차장님의 건강비결' 등 산행에서 쪼그려 음식을 먹는 사진, 복지센터에서 피자를 시켜 아이들과 나누는 모습 등 소소하면서 재미있는 내용들이 담겨 잔잔한 웃음을 줬다.
김 차장의 퇴임사도 특별했다.
보통 퇴임사는 그동안 재직하면서 해왔던 업적이나 소회, 앞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 등의 내용이 담기지만 김 차장은 떠나는 소회를 '이제 다시 돌아갑니다'라는 시로 대변했다.
김 차장은 "내일 한바탕 꿈에서 깨어나면 그냥 국세청이 보고 싶을 겁니다. 그냥 국세가족이 그리울 겁니다. 해질녘 길을 걷다가 또 생각날지 모릅니다"라며 "그렇더라도 꽤 멀리 왔기에, 또 오래 머물렀기에 자랑스러운 추억다발 안고 떠납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이 주신 꽃신 신고왔던 길을 찾아서 이제 다시 돌아갑니다. 받은 것은 넘치는데 드릴 것은 작은 마음 뿐이라 미안합니다"며 "바람 불고 눈비 내려도 우리 국세청, 우리 국세가족은 더 신뢰받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면서 '국민을 위한 국세청'을 마냥 응원하겠습니다. 함께 동행해 준 국세가족 여러분 고마웠습니다"고 덧붙였다.
시를 낭독하기 전, 김 차장은 멋쩍은 듯 "원래 떠나는 사람은 조용해야 하고 관심을 받지 않아야 하는데 성대한 퇴임 자리를 마련해 준 한승희 국세청장한테 감사하다"며 "결혼할 때 프러포즈도 안 받고 시집왔다고 부인한테 33년 동안 혼났는데 오늘 퇴임 프로포즈로 대신하려고 한다. 공직자의 아내로서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잘 지켜줘 그동안 고마웠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차장의 아내는 고개를 숙이며 울음을 참아내기도 했다.
김 차장은 "원래 영문학도가 꿈이었지만 형님 친구가 주고 간 공무원 수험서가 제 운명을 바꿨다"며 "본청에 들어온 계기는 같이 근무하는 직원이 서울 근무를 자원하면서 내 도장을 마음대로 파서 같이 신청했기 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범죄에 해당될 수 있지만 이것이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국세청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김 차장의 발언 도중 할아버지를 지켜보던 친손주와 손녀가 울음을 터뜨려 무거웠던 퇴임식 분위기에 웃음을 주기도 했다.
◆…"38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 김 차장(왼쪽)에게 재직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는 한승희 국세청장(오른쪽). 한 국세청장은 국세청을 위해 헌신한 김 차장에게 감사인사를 하며 "차장님 앞날에 더 큰 발전과 축복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국세청장은 "김 차장은 인화의 리더십으로 무한한 신뢰를 받으며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직원들과 함께 호흡했다. 창의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역동적인 조직을 만들었다"며 "공직에 있으면서 보여준 열정과 헌신은 많은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퇴임식을 지켜본 직원들은 "시를 낭독하고 떠나는 퇴임식은 처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직원들은 떠나는 김 차장을 아쉬워하며 울먹이기도 했으며 한 직원은 김 차장을 위해 직접 지은 자작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