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짜리 소액 무역 활발한 시대

무역에 관한 책을 세 권 썼다. 이 책까지 하면 네권째다. 그런데 내 책을 읽고 무역을 시작했다는 사람이 제법있다.

책을 내니 무역에 대하여 질문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출판사를 통해  들어오는 개별적인 질문에만 답하고, 전체적으로 독자에 대한 AS는 전혀 하지 않았다. 책을 쓴 내가 독자들의 질문에 답을 못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지 질문이 많아졌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반복적인 질문이 많고, 이를 정리해볼 필요가 생겨서 블로그에 정리하다가 네이버에 '무역무작정따라하기' 카페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무역에 대한 초보자들인 젊은이들을 자주 많이 만나기 시작했고, 회원 수도 거의 1만2000명에 달한다.

이들을 만나면서 나도 의아하게 생각한 게 있다. 이들의 초기 무역금액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건당 50불, 100불이다. 이 정도는 샘플금액에도 못미치는 금액이지만, 이들은 이게 자기들의 일상적인 수출액이다.

나도 양말을 수출하지만 양말 수출오더를 받으면 2-3달이 걸리고, 건당 수출금액은 수천만원이 넘는다. 그래야 바다건너 물건을 보내는 운송비를 감당하고, 관세를 감당하고, 기타 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당 100불미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니 그게 가능해!'라는 의구심이었다. 소포를 보내도 최소한 몇 만원은 들기 때문이다. 필자가 무역카페를 운용하면서 회원들의 비즈니스 방식을 보니 확실히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떻게?

가장 큰 기회는 역시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정보의 장벽이 낮아진데서 왔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 생기기 전까지는 해외 정보를 구하기는 굉장히 어렵고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해외 여행을 가는 것도 까다로왔다. 가는 것뿐만 아니라 왠만한 나라는 미리 입국비자를 받아야 해서 몇 달전부터 준비해야 겨우 갈까 말까 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양말을 팔려면 미국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어떤 곳을 가야 시장을 돌아볼 수 있는 지, 미국시장에서는 어떤 양말이 잘 팔리는 지, 바이어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는 정말 어려웠다. 그런데 인터넷이 생긴 후로는 이 모든 일이 안방에서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다 나온다.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나와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이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고급 정보가 비싼 돈을 들여서 구해야 하는 정보의 가치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 셈이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니 하지 못할 일이 없다. 특히 무역처럼 바다멀리 떨어진 곳의 정보가 중요한 일은 인터넷의 영향을 더 많이 빨리 받았다.

1995년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였다. 사업자등록을 내기 위하여 성북세무서를 갔다. 그리고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니 담당자는 나에게 '집 주소와 사무실 주소가 같다. 고쳐라!'라고 했다. 하지만 난 집에다 팩스를 놓고 오퍼업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당연히 집 주소와 사무실 주소가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세무서 직원은 '왠 사기꾼!'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는 지 우리 집을 실제로 와보고 팩스가 놓여져 있는 걸 보고서야 사업자등록증을 내주었다. 그 때는 핸드폰이 무지하게 비싸서 아무나 갖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당연히 사무실이 있어야 했고, 내가 사무실을 나가있는 동안에 전화를 받아줄 여직원은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사무실과 직원 유지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그 때는 해외에서 주문을 받았다하면 당연히 한 콘테이너였다. 그럼 최소한 수천만원어치다. 그 수천만원어치의 물건을 사서 콘테이너를 채우려면 내 종자돈도 수천만원은 있어야 했다.

미국에 팩스를 보내는 비용도 A4 한 장보내는 데 3천원정도 들었다. 그런데 인터넷과 핸드폰만 있으면 이제는 이 모든 게 공짜이다. 사무실을 비운 동안에 오는 연락은 핸드폰으로 받으면 되니 굳이 여직원을 둘 필요가 없고, 심지어는 사무실이 없어도 된다.

세상의 흐름이 빠르다보니 유행도 빨리 바뀌어 바이어들도 대량 주문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옥션이나 G마켓 등 오픈마켓을 통해서 오는 주문도 많다. 해외 교민들이 하는 주문이다. 이 것도 달러를 벌어들이니 수출은 수출이다. 이베이나 아마존에서 자기 물건을 올려놓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소액무역의 장점은 우선 절차가 간편하고 금액이 적다보니 구매자나 판매자가 쉽게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소액무역을 자주하다 보면 나름대로 서로 자주 사고 팔게 되는 단골고객이 생긴다. 그러다 의기투합되어 사업을 키워서 본격적인 규모의 무역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운영하는 무역무작정따라하기 카페의 부운영자인 김병하 사장이 그렇다. 그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의 바이어들과 티셔츠 수십장 규모의 비즈니스를 하다가 이제는 수천장으로 늘었다. 그리고 다른 품목도 제법 늘려서 어엿한 무역회사로 키워가고 있다. 이런 소액무역을 하는 사장들이 우리 주변에는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게 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화 사회의 혜택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운송비문제는 EMS(우체국 특송)을 이용하면 된다. 보통의 경우는 트래킹번호라고 해서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소액무역은 트래킹번호가 없는 소포를 이용한다. 물론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분실의 위험이 있고, 받은 사람이 안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는 확률이 낮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우체국에 사전등록이 필요한 서비스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