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가격 결정 때는 '신의 한수'가 필요

수출가격을 결정할 때는 국내 마케팅에서 가격을 산정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고, 고려해야 할 변수도 훨씬 많다.

위의 그림을 보면 국내 판매시 제조원가에 적정한 희망이익을 넣으면 끝인 것과는 달리 수출하거나 수입할 때에는 수출입 제경비가 꽤나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위의 것들은 정말 원가이다. 눈에 보이는 것들로 많은 것같고 비용이 꽤나 들어갈 것같지만 사실 소소한 비용으로 운송비말고는 크게 고려할 만한 것들은 아니다.

좀 쉽게 말하자면 국내가격+관세 (소비재 수입시 약 13%) + 부가세 (유럽의 경우 18-20%) + 운송비 +기타 제 비용 (약 2-3%) 정도하면 된다. 그런데 국제 가격의 산정은 이제부터이다.

일단 원가가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상대할 바이어가 어느 나라의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단 우리나라가 아닌 것은 맞다. 그래서 환율이 들어가야 한다. 그럼 환율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대기업은 나름대로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꽤 많은 자료를 모으고, 과거.현재.미래를 예측하여 컴퓨터로 모형화하고 수치화하는 작업을 먼저 거친 후 컴퓨터로 계산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수치를 보고 담당자 몇 명이 모여서 적당히 결정한다. 중소기업은 사장이 그냥 적당히 기준 환율을 정한다.

어찌 정하든 대략 3가지, '현재 환율을 유지한다, 환율이 떨어진다, 환율이 올라간다'로 정해진다. 그럼 다음 그림과 같은 가격이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외국이라도 시장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비슷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경쟁자의 가격은 매우 높은 데 나만 싸게 하면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고, 나만 비싸게 하면 또 아무도 내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자가 자기의 가격을 알려줄 리가 없다. 이럴 땐 시장 가격을 유추해보는 방법이 있다. 일단 현지 시장에 가서 가장 만만한 제품을 골라 가격을 물어본다. 그리고 거꾸로 가격을 역산해본다.

그런데 사실 이게 쉬울 수도 있고,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일단 관세등 수입 비용은 파악이 쉽지만, 그 나머지 요소들 수입상 마진, 각 단계별 유통마진등을 제대로 알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략은 추정할 수있다.

일단 이렇게 해서 가격이 나왔는 데 애초에 생각했던 가격 수준과 맞지 않을 수있다. 현지의 가격이 꽤 높거나 낮을 때이다. 그거야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맞출 수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수량은 상당히 되는 데 경쟁도 엄청날 때이다. 바로 미국같은 시장이다.

이럴 때는 시장에 맞추어 가격을 내는 수밖에 없다. 일단 미국에 수출을 한다. 그럼 수출량은 상당히 늘어나고 공장은 규모의 경제를 맞출 수있다. 대부분의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회사들이 그런 점을 원하고 비록 마진 구조가 좋지 않아도 미국에 물건을 보낸다.

뭐 여기까지는 그래도 쉽다. 아주 구체적인 숫자를 상대로 하니까. 문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안해야 할 때이다. 보이는 가격에는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아주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래의 어느 것 하나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가격을 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요소들을 아주 오랜 시간을 두고 결정하는 때도 있지만, 바이어를 만나고 상담하는 자리에서 결정해야 하는 때가 더 많다. 게다가 바이어와의 상담이란 수량이 꽤나 많다.

내수 상담이 한 번에 10개라면 수출 상담은 한 번에 1000개가 된다. 그런 데 그런 가격을 내기 부담스러워 다음에 하자고 할 수는 없다. 그럼 그 바이어는 나에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사라질뿐더러, 관심 또한 사라질 것이다. 바이어와의 상담은 가능한 한 그 자리에서 마무리 짓는 게 좋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는 말은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에서 진실이다.

실제로 장사하다보면
바이어와 앉은 자리에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상담을 결정짓는 것은 부담이 간다. 분명히 상황을 보아가면 적당히 나의 가격을 매기고, 오더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내가 바이어를 만나기 전에 생각했던 대로 바이어가 상담에 응할 리가 없다. 그는 그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다.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변수들 중에 어느 것을 꺼내서 나에게 물어볼지 모른다. 그래도 한 나라에 한 바이어만 있다면 비교적 쉽다. 한 나라에 여러 바이어가 있다면 그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바이어와 스웨덴 바이어가 있다면 난 분명히 미국바이어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것이다. 미국 바이어가 훨씬 더 많은 물량을 살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미국 바이어중 어느 사람은 많이 사고, 어느 바이어는 적게 사는 데 같은 가격을 주자니 큰 바이어가 싫어하고, 차별해서 주자니 작은 바이어가 싫어한다. 중동처럼 언제나 전운이 감도는 나라는 미국 대통령이 어제 밤에 무슨 말을 했는 지도 알아야 할 지 모른다. 바이어를 만난다는 것은 뭔가 다른 때보다 할 이야기가 많을 때 만난다. 실제로 더 큰 수량을 더 작은 가격에 달라고 할 가능성도 높다. 그런 자리에 앉는 것은 기대를 갖게 하는 동시에 부담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