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세점 추가 선정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신규 면세점 수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관세청은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잘못된 평가점수를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부정행위도 서슴지 않고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를 발표했다.
'꼼수'로 잔뜩 늘린 면세점…줄 도산 우려된다
현행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의 신규 특허 발급 여부는 외국인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 관세청장이 필요성을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를 발급하라고 지시하자, 경제수석실의 지시를 받은 기재부는 담당부처인 관세청과 협의도 없이 지난해 1월6일 이를 이행하겠다고 보고한 후 관세청에는 1월말 사후 통보했다.
또 관세청은 2013년 대비 2014년 서울 외국인관광객 증가분을 이미 2015년 신규특허(3개) 발급의 근거로 사용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동일한 내용을 지난해 신규특허 발급근거로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신규특허 발급과 관련해 적정 특허 수를 정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월31일 기재부는 관세청과 협의 없이 서울 시내면세점 5~6개를 추가하는 것으로 안종범 전 경제수석에게 보고했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 안 전 수석에게 3개의 특허를 추가발급할 수 있다고 보고하자 안 전 수석이 이를 기재부와 협의하도록 지시했고 기재부는 관세청에 특허 수를 4개로 늘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관세청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이 당시 추가로 발급가능한 면세점 특허 수는 최대 1개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관세청은 기재부가 요청한 특허 수를 산출하려는 목적으로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고객 수'를 용역결과인 70만명 또는 84만명 대신 50만명(2012년 매장당 평균 외국인 고객 수)으로 적용했다.
또 현재 점포당 매장면적을 산출하면서도 2015년 11월 후속 사업자로 선정된 매장면적(2만2617㎡) 대신 이미 특허만료된 매장면적(1만2553㎡)을 포함해 현재면적을 과소산정하는 등 기초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관세청은 2015년 7월 신규 면세점 특허를 발급한 지 9개월만인 지난해 4월 서울지역에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국회의 사업자 선정 중단 요구에도 불구, 롯데와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을 신규 사업자로 선정했다.
감사원은 2015년 이후 개점한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업체 5개의 지난해 총 영업손실액이 1322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올해 총 13개의 시내면세점이 영업을 시작, 경영악화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면세점 특허 심사도 관세청 마음대로
아울러 이날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2015년 7월 서울지역에 시내면세점 3개를 신규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평가점수를 잘못 산정해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서울본부세관은 세관장 검토의견서에 신청업체의 매장면적과 공용면적(화장실, 에스컬레이터, 계단 등)을 기재해야 했는데, 실무자가 현장을 방문해 A사 매장 내에 공용면적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도 공용면적 기재란을 삭제하고 공용면적을 매장면적에 포함시켰다.
이후 관세청은 서울세관에서 작성한 검토의견서를 기초로 매장규모의 적정성 평가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A사의 경우에만 공용면적 기재란이 없었는데도 이에 대한 검토 없이 검토의견서의 매장면적을 그대로 인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A사는 해당 항목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1계단 상승했고 평가총점 또한 60점(7위)에서 150점(6위)로 과다부여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관세청은 A사의 법규준수도 점수는 보세구역 운영인 점수(89.48점)와 수출입업체 점수(97.9점)를 평균한 93.69점이 정당한 점수인데도 수출입업체 점수만 평가 담당자에게 회신, A사의 평가총점이 150점 과다부여 되는데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감사원에 따르면 관세청은 신청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사업계획서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록물로 관리해야 하지만 "업체에 반환해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하라"는 천홍욱 관세청장의 지시를 받아 사업계획서를 파기하거나 반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결과 감사원은 2015년 신규 면세정 선정과 관련해 부당선정 관련자 6명(해임 2명, 정직 3명, 경징계 이상 1명) 및 2015년 후속 부당선정 관련자 2명(정직)을 징계요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원은 천홍욱 관세청장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2015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자를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