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20일 국회가 문재인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문재인호'가 본격 출항에 닻을 올리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기존 박근혜 정부의 17부5처16청5실 체제를 18부5처17청4실로 개편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299명 중 221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82명 반대 5명 기권 34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이로써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지난달 9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장장 42일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제대로 된 진용을 갖추게 됐다.
□ 경제 '부흥'에서 경제 '패러다임' 변화 모색 = 문재인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보면 이전 정권에서의 경제성장률 등 외형적 성장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안정적 성장'과 '효율'에 무게를 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다. 국무위원 수는 18명으로 동일하고 부와 청이 각각 1개씩 증가하고 1개실이 줄었을 뿐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출범한 새 정부인 탓에 광폭의 조직개편을 지양, 국정공백 발생을 차단하고 정권 교체에 따른 국민적 갈등 등 충격을 조기 완화해 '안정적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국내외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고 국정안정을 위해서 정부조직개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 정권의 '색깔 지우기' 작업에도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신설하며 '경제 부흥'에 초점을 둔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시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등 '구조 개혁'에 무게를 뒀다.
새롭게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진흥을 주관하는 창조경제기획국 업무를 가져간다. 다만 중기청의 중견기업정책 기능은 산업부로 이관된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감독하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산업부의 인력과 지역산업, 기업협력기능 등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탈바꿈과 상생 발전 기반 구축이라는 대안책을 동시에 마련한 복안으로 읽힌다.
또한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기능을 그대로 산업부에 존치시키되 통상교섭본부(차관급)을 한 단계 격상했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으로 산업부가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 등이 논의되는 과정과 급변하는 통상환경,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실적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 작은 변화 속 강한 '개혁 의지' =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설치된 국민안전처를 3년 만에 해체시키면서 박근혜 정부 지우기에도 나섰다.
이에 따라 소방청과 해양경찰청이 국민안전처에서 각각 독립되면서 안전과 재난 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은 행정자치부로 넘어가게 됐다. 때문에 행정자치부는 '행정안전부'로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또 행정안전부 산하에 재난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해 인사와 예산 등의 독립성을 높였다.
국가유공자 등 국가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를 높이기 위해 차관급인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지난 정부에서 이념 갈등을 조장한 보훈처를 보훈정책에만 집중하게 해 본래의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반대로 권력기관 개혁의 일환으로 장관급인 대통령 경호실은 차관급으로 조정하며 권위를 축소시켰다. 앞서 문 대통령은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 경호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약속한 바 있지만 현실을 감안해 경호처로 명칭과 위상을 하향조정시킨 것이다.
다만 4대강 사업 재조사 지시로 관심을 받았던 물 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하는 것은 야당의 반발로 우선 제외됐다. 여야는 관련 사항을 9월말까지 관련 상임위원회로 특위를 구성해 협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불투명해 보인다.
여당은 필요한 경우 국정이 안정 단계에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이 추진되는 것에 맞춰 추가 조직 개편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향후)개헌 논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개헌 논의와 맞물려 (추가적인 개편이)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