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국세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인천지방국세청(이하 인천청) 신설안이 행정안전부의 벽에 막혀 무산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초 인천청 신설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행안부에 전달했으며, 지난 5월 있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같은 내용의 인천청 신설안을 보고한 바 있다.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최근까지 전개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달 열린 한승희 국세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인천청의 부재를 꼬집으며 신설부지(루원시티)까지 거론, 신설안에 군불을 지폈다.
인천청 신설을 자신의 공약에 담는 등 예전부터 인천청의 필요성을 곳곳에 설파하고 다닌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13일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인천청 설립과 관련한 내용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무륵익자,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선 인천청 신설이 사실상 확정된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마치 인천청이 1급청으로 신설되느냐, 2급청으로 신설되느냐에 대한 문제만 남은 듯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과 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과 국세청 직원들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인천청 신설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주관하는 행안부에서 인천청 신설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이야기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한승희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인천청 신설 이야기가 나오고 언론보도도 많이 되면서 기대감이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행안부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년에도 계속 건의를 해 왔던 것이고 올해 행안부가 승인을 해줄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 국세청 내부적으로는 힘들 것으로 보고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이른 시일 내에 검토를 마치고 인천청 신설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청 신설, 국세청의 '속내'는 따로 있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정권 초기 정부조직 개편이 있을 때 인천청 신설도 함께 이루어지길 내심 바랬다. 국세청이 올해 유독 강력히 신설안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세청이 인천청 신설을 필요로 하는 표면적 이유는 납세서비스 향상과 세원관리 강화, 조직 및 인력관리 강화 등.
현재 중부지방국세청이 인천·경기·강원 등 방대한 지역을 관할하고 있고 관할 세무서도 33개로 지방국세청 가운데 가장 많은 세무서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인천지역을 따로 떼어 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신도시 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경제규모가 크게 팽창해 세정수요가 대폭 증가한 것도 인천청 신설을 주장하는 근거다.
국정위 업무보고자료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세청의 꽉 막힌 인사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천청 신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미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이야기.
따라서 인사적체 해소를 주목적으로 보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선 인천청이 만들어질 경우 1급청으로 신설되는지, 2급청으로 신설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급청으로 신설되면 국장급은 서기관(4급), 과장급은 사무관(5급)이 근무하게 되는데, 이는 국세청의 관리자급 TO 확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차라리 세무서수를 더 확보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1급청이 될 경우 국장급은 고위공무원, 과장급은 서기관, 팀장급은 사무관이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국세청 입장에선 꽤 많은 관리자급 TO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1급청과 2급청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
이 같은 의미에서 인천청 신설에 초석을 다진 임환수 전 국세청장은 과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인천청은 1급청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1급으로 태어나기엔 너무 왜소해"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위치한 인천별관.
하지만 신설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천청을 굳이 1급청으로 두어야겠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급청으로 일단 신설부터 하고 향후 세수규모와 세무서수가 증가하면 1급청으로 승격시키는 시나리오가 지금 상황에선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일단 1급청이 되기엔 인천청이 덩치부터 너무 왜소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세청의 복안에 따라 인천청이 신설되면 5200여명에 달하는 중부청 직원의 3분의1 가량(약 1700명)이 인천청으로 떨어져 나가고 산하에 12개 세무서를 두게 되는데, 이는 타 1급청(서울·중부·부산청)에 비해선 직원수도 모자랄 뿐 아니라 세무서수도 부족하다는 것.
국세청에 따르면 1급청 중 직원수가 가장 많은 서울청은 정원이 5885명, 가장 적은 부산청도 정원이 2744명에 이른다. 세무서수도 서울청은 27개, 부산청은 17개로 구상 중인 인천청보다 많다. 세수 역시 2급청에 비해선 많은 편이지만 1급청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한 국세청 직원은 "인천청이 1급청이 되면 물론 좋긴 하지만 객관적인 수치상으로도 어려운 면이 있다"며 "우선 2급청이라도 신설하고 향후 인천청의 규모가 확대되면 1급청으로 올리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인천청은 물론 중부청까지 2급청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과거 2급청이었던 경인청과 중부청을 합칠 당시 경인청을 폐지하는 대신에 중부청을 1급으로 만들었는데, 인천청이 분리·신설 된다면 다시 2급 지방청 2개가 생기는 꼴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인천청이 만약 신설된다면 인천청 직원들의 인천권 유입을 위해 국세청이 부단한 노력을 해야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부청의 경우 80% 이상의 직원이 수원 등 중부청 인근에 살고 있지만 현재 인천권에 거주하고 있는 직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에 따라 그나마 인천에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는 직원을 끌어 써야 할 텐데, 출퇴근 거리가 멀어진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천청이 생길 경우 직원들의 인천권 유입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만약 인천청이 신설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집, 기숙사 등을 인천청 주변에 두는 등 국세청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