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늦은 시간이라서 망설였지만 급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추석이라 어머님께서 오셨는데 딸꾹질이 멎지 않습니다. 병원에 안 가겠다고 하시고... 딱합니다."
<알겠습니다. 방여사 좀 바꿔주십시오.>
"네, 전화 받았습니다."
<방여사 고생 많습니다. 우선 커피를 진하게 한잔 타서 드리세요. 쓴 맛이 강할수록 좋습니다. 그런 다음 침이나 바늘로 약지 손톱 밑을 찔러서 피를 조금 내도록 하십시오. 딸꾹질이 멎으면 연락하지 마시고 그래도 계속 딸꾹질을 하시면 연락 하십시오.>
약 30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다시 녹음기를 꺼낼까 하다가 흥이 깨졌으므로 그냥 잠을 청하기로 했다.
다음날 오 사장은 고마움을 표시하며 상해를 같이 가자고 했다.
<아니, 상해는 또 왜요? 무슨 일 있습니까?>
"물류창고를 지어야겠는데 한번 봐주셨으면 해서요..."
<알겠습니다. 도움이 될 사람과 같이 갔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이상의 사이로 가까워지고 있는 공선생과 동행할 생각이었다. 공 선생이 오자 방여사도 따라 나섰고 성은이 일행도 따라나서는 바람에 제법 북적대는 팀이 됐다.
상해, 아니 중국에서 오 사장의 회사는 생각했던 것 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물류창고의 위치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본대로 느낀대로 오 사장에게 얘기했다.
<창고가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만약 물에 잠긴다면 돈을 많이 벌어도 소용없다고 하겠습니다.>
오 사장은 『돈만 벌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는 바보 같은 반문은 하지 않았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소용없게 되는 것은 주인이 다치게되는 것을 뜻함을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오 사장 본인도 수차례 경험했고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오 사장과 신라호텔에서 만났을 때 근처에 사옥 마련하는 재벌기업에 대해 얘기 해 준 적이 있었다.
<저기 보이는 곳에 사옥 올리겠다고 해서 말렸는데 듣지 않더군요. 결국 사옥은 근사하게(?) 들어섰고 돈도 많이 벌었었지만 이미 신문에 난 대로 주인이 죽거나 다쳤지 않습니까?>
이미 전례가 많았고 경험도 제법 했으므로 오 사장은 내 의견에 토를 다는 일이 없었다.
결국 물류창고는 다른 곳에 짓기로 하고 장소 물색에 나섰다. 여러 군데를 살펴보았으나 마땅한 곳이 나오지 않았다. 오 사장이 구상하는 규모는 10만평 정도였는데 쉽게 마련되지 않을 듯 했다.
어쩌면 이쯤에서 중국 사업을 마무리 하라는 하늘의 뜻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귀국하기 전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사는 민항구의 아파트 단지 금수강남을 둘러보았고 인민광장, 난징루, 신천지와 푸동에 정대광장 등 번화가의 기운을 살펴보며 한국과 중국의 상관관계를 탐지해 보았다.
→ 56편에 계속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