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그룹 부산은행 본점 전경.
'낙하산 반대' VS '적폐 청산' 상호비방 팽팽
BNK금융그룹이 장기간의 경영공백 사태에 종지부를 찍고 정상화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또 다시 격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일지 여부가 8일 BNK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투자증권, BNK캐피탈, BNK저축은행, BNK자산운용, BNK신용정보, BNK시스템을 자회사로 둔 부산경남지역의 최대 금융그룹으로 지난 4월 성세환 회장이 구속기소(8월22일 보석 인용)되면서 경영공백사태에 빠졌다.
BNK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11명의 회장 후보에 대한 적격심사를 벌인 결과 현재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BNK 박재경 회장 직무대행 2명을 후보군으로 압축했지만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 최종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6명의 사외이사 위원 가운데 내부 출신인 박재경 후보가 돼야 한다는 노조측의 주장과 BNK금융그룹의 개혁을 위해서는 외부인 출신 금융전문가인 김지완 후보가 선임돼야 한다는 주장이 3대3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완 후보는 BNK 내부출신이 아니어서 '낙하산'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데다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점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반면 박재경 후보는 비리로 잇달아 재판에 넘겨진 두 전직 회장의 측근이어서 이른바 '적폐'라고 보는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회장추천위원회가 김지완 후보를 회장으로 추천하는데는 BNK노조의 반발과 일부 지역언론의 여론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박재경 후보의 경우에는 BNK금융그룹의 경영공백 사태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이장호 전 회장, 성세환 전 회장에서 박 후보로 이어지는 경영라인에서 불거졌다는 점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엘시티 특혜대출 사건과 BNK 금융지주 주가조작사건
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으로는 엘시티 비리 사건과 BNK금융지주 주가조작사건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부산은행은 엘시티가 2008년 5월 14일 군인공제회로부터 3200억원을 대출받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2015년 1월 엘시티가 신용불량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브릿지론 명목으로 3800억원을 지원해 특혜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9월 BNK금융지주의 자회인 부산은행, 경남은행, BNK캐피탈이 엘시티 PFV에 각각 8500억원, 2500억원, 5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승인해 엘시티가 조달한 총 1조7800억원의 PF자금의 대부분을 BNK금융그룹이 지원했다.
이와관련 부산지방검찰청은 2016년 7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해운대 엘시티 사업비리를 수사한 결과, 총 24명을 기소(12명 구속)하고 도피 조력자 3명을 기조 중지했다. 이 사건과 연루 돼 BS금융지주 고문(전 회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BNK 금융지주 주가조작사건 역시 BNK 신뢰에 큰 상처를 준 사건이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 인수 ▲2015년 9월 엘시티사업 1조1500억원 상당대출 ▲BNK캐피탈의 한일월드 금융사고 ▲바젤Ⅲ 추가 자본규제 단계적 시행 등으로 인해 필요자금 확충을 위해 2015월 11월 17일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주가 하락으로 회장의 지시 하에 그룹의 계열사인 부산은행, BNK투자증권을 통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거래업체를 동원해 조직적인 방법으로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 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은행대출 받은 거래업체를 동원했다는 점에서 갑질 논란까지 일으킨 중대한 사건이다.
또한 BNK 금융지주 회장이 부산은행장과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회장 중심 1인 체제로 인해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장호 전 회장이 엘시티 비리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되고 성세환 전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전직 회장들의 비리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BNK 금융지주의 도덕성은 크게 훼손된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서 박재경 후보가 자유스러울수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부산참여연대 "낙하산 원칙적 반대지만 비리 관련없는 인사 회장 돼야"
부산참여연대에서는 지난달 21일 '부산은행! 지역 언론! 문제는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내부 적폐이다'란 성명서를 통해 "낙하산 인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부산은행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전제하고 "엘시티 특혜대출 등 비리의혹과 관련 없는 인사가 회장에 선임돼야 하고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낙하산 인사냐 아니냐 이런 것이 문제가 아니고, 경영의 전문성, 적폐청산 등 내부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고 시민사회에서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BNK금융지주의 경영공백이 길어지면서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자 BNK금융지주 회장의 선출을 더이상 미루지 말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백종헌 시의회의장, 조성제 상의회장은 최근 시청 브리핑룸에서 “BNK 금융지주 회장 선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경영 공백 조기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회장 선출이 지연되면서 박재경 후보에 대한 일련의 비리와 관련한 직간접적인 책임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부산은행의 심사조직은 신용리스크의 증감, 여신의 규모 등에 따라 여신위원회, 여신협의회, 본부심사역협의회로 구분된다. 금융전문가에 따르면 부산은행 여신위원회는 임원급으로 구성되고 여신협의회는 부서장급으로 구성되는 점을 들어 엘시티 특혜대출은 여신위원회에서 결의 되었을 것 이라고 한다.
박 후보가 당시 부산은행 부행장으로서 엘시티 대출과 관련해 여신위원회에 참여하거나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BNK금융지주 시세 조정사건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6월 부산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동아스틸에 대한 1000억원 대출과 관련한 박 후보의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2015년 한해동안 부산은행 경영기획본부 부행장을 지냈고 2016년에는 부산은행 여신운영본부 부행장으로 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