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동 국세청사
이전가격심의위원회 '주먹구구' 운영
정상가격 산출 비교대상 선정 '엉망'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의 바로미터나 다름없는 '정상가격 산출'이 엉망진창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감사원이 공개한 '정상가격 산출기준 운용실태 공개문'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등 6개 지방청이 2012년~2016년 실시한 이전가격 조사사례 177건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개별 기업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자료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도 없이 행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가격이란 특수관계가 아닌 기업간 거래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가격을 뜻한다.
과세당국은 국내 특수관계 기업의 소득을 국외로 이전한 다국적 기업에 대해 이전가격 과세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다국적 기업의 경우 국가 간 세율차이를 이용해 거래가격을 낮추거나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하기도 한다.
이에 국세청과 관세청에서는 정상가격을 적용해 법인세 등을 부과한다.
정상가격 산출 기준이 이전가격 과세제도의 핵심인 것이다.
정상가격의 산출기준은 독립기업원칙, 비교가능성 평가, 최적방법원칙 등이 있다.
독립기업원칙이란 다국적기업 그룹 내의 기업들을 별개의 기업으로 취급해 제3의 기업과 거래했을 때와 비교하는 기준이며 비교가능성 평가는 특수관계가 아닌 제3의 기업과의 거래를 가정해 비교할 때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재화나 용역의 특성, 자산, 계약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뜻한다.
최적방법원칙이란 특수관계 거래의 정상가격을 산출하기 위해 여러 산출방법 중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감사결과, 국세청은 총 7건의 위법하거나 부당한 사항이 확인되면서 통보 2건, 주의 5건을 처분받았다.
특히 이전가격심의위원회 운영은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전가격심의위원회는 50억원 이상의 이전가격조사 종결예정 사안 등을 심의·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서울국세청은 지난 2014년 3월 B유한회사의 이전가격 조사를 종결하면서 3개 법인의 소득조정금액이 50억원 이상인데도 심의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 지방국세청은 위원회에 제출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조사대상기업 대비 평균매출액 20% 초과, 500% 미만 기업 제외' 등의 양적기준 설정 수치 등만 기재하고 사업활동 등에 대한 기능분석 결과 등에 대해선 기재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국세청이 C주식회사가 생산한 복사기 등의 제품을 국외특수관계사에 수출한 국제거래에 대한 조사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C주식회사의 거래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선정한 7개 기업 중 일부가 제조에 대한 비교가능성이 낮음에도 무리하게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D주식회사의 경우 의사나 약사 등을 활용해 마케팅을 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이 타 기업에 비해 많이 들지만 이전가격조사를 실시하면서 마케팅 비용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비교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정상가격에 대한 합리적 기준과 자료 활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해 지침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전가격 과세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