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만 28세인 청년 A씨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 살고 있다. 월 소득 130만원 안팎으로 벌이는 시원치 않다. 최근 함께 일하는 동료로부터 근로장려금(EITC)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의 범위가 확대됐다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막상 세무서에 알아보니 "청년층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만 들었다.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소득을 늘려준다는 근로장려금이 A씨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일하는 복지'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근로장려세제가 낮은 임금체계로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니트(NEET)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청년층(20~29세) 단독가구는 아예 근로장려금의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청년층의 '워킹푸어(Working Poor)' 전락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첫 일자리에 취업할 당시 임금'은 100만~150만원 미만 37.5%로 가장 많았으며, 150만~200만원 미만 29.6%, 200만~300만원 미만 13.9% 순이었다.
절반 이상의 청년층이 20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평생 독신을 선택하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2015년)은 가처분소득 기준 45.3%로, 전체 가구(12.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간 '나홀로 가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건 사실이었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장려금을 받는 가구는 2014년 20만6525가구에서 2015년 41만7984가구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들에게 지급한 금액도 약 674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40세를 넘지 않는 단독가구가 지원받은 금액은 '0원'이었다.
50세 이상 단독가구를 근로장려금 신청대상으로 묶어놨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소득 가구에 실질적인 수혜를 준다는 판단에 작년부터 신청요건이 되는 단독가구의 나이 기준을 50세 이상에서 올해 40세 이상, 내년 30세 이상으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근로유인을 제공하고 빈곤문제를 해결하기엔 아직까지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진행한 국정감사에선 "근로장려금 신청자격에 20~30세 독신 가구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1인 가구의 빈곤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이들에게 근로장려금 수급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부정하게 근로장려금을 수급한 이들을 걸러낼 장치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기재위는 2014년 당시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안을 두고 "청년층의 경우 사실상 생계를 같이 하는 부모와 형식상 세대분리를 해 부당수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과세관청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보고서를 내놓았다.
기획재정부가 근로·자녀장려세제의 효과분석을 목적으로 진행한 심층평가 결과에 따라, 20대 청년층으로 근로장려금 수급 혜택이 확대될지 등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장려금의 지급 문턱인 부양자녀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근로장려금의 지급요건 중 하나로 '18세 미만의 부양자녀'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24세 미만'으로 높이는 내용의 세법개정안(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