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하는 공론화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전폭 수용하면서도 탈원전 기조를 강조한 것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대립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 3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끼쳤다"면서 한 목소리로 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통해 공론화 결과와 관련해 "숙의 민주주의의 모범"이라고 평가하면서 탈원전 기조는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후속 조치에 차질이 없도록 여당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후 원전의 경우 무리한 수명 연장 조치를 금지하고 신규 원전 중단이라는 새로운 방향 위에서 점진적이면서도 분명한 로드맵을 실천할 계획"이라며 "이번 공론화위의 결정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한국당은 공론화위 결정을 자해행위로 규정하면서 구상권까지 청구해야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또한 구체적인 손실 금액을 언급하면서 향후 추진되는 에너지정책은 국회에서 논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감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엄청난 사회적 혼란과 손해를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없다는 것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조 단위의 국민혈세와 국가재정이 투자된 것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중단시켰다"면서 "공사 중단으로 인해 약 100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 시중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야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거듭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과 역사의 앞날에 죄를 짓는 에너지 정책을 바꿔달라"며 "(향후)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졸속 원전정책을 폐지시키기 위한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조6000억원이 투입된 공사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멈췄다"면서 "대한민국은 최소 1046억원을 날려보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은 깊히 성찰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무조건 탈원전이냐, 아니냐로 편가르고 공사를 중단시키는 등 국민에게 선택 가용하는 이념전쟁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이념과 정략의 속도전을 버리고 책임지는 일, 준비된 변화를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공론화위에 결정을 맡긴 것은 대의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노골적 무시"라고 규정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1000억원이 넘는 손실과 국론분열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면서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되고 문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청와대 참모진, 정부 부처에서 중심 역할을 한 사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공론화위가 탈원전을 권고한 것도 월권이지만 이를 근거로 (정부가)탈원전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에너지정책과 관련한 모든 논의 과정을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