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대통령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계개편 정국에서 나란히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대선 때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두 사람은 이번에는 내년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을 상대로 한 연대·통합을 시도하면서 또다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대·통합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과 관련해 당내 친박 세력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며 내홍을 겪고 있고, 안 대표 또한 당내 호남계 중진 의원들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시 탈당까지 시사하며 압박하고 있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당 대표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 됐다.
따라서 홍 대표와 안 대표 중 당내 분란을 조기에 매듭짓고 정계개편의 방향타를 먼저 잡는 쪽이 리더십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洪 '친박 청산'…安 호남 세력 설득 '올인'
홍준표 대표는 당 대표 취임과 동시에 혁신위원회를 발족, 본격적인 '박근혜 지우기'에 나서면서 보수대통합의 발판 마련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숨 가쁜 일정을 달려왔다.
또한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결정하는 한편 청와대 회동 불참, 국정감사 일부 보이콧 등의 몸짓으로 정부·여당에 날을 거듭 세웠다. 이 과정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보이면서 정부·여당에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 여론도 확산됐지만, 콘크리트 지지층의 결집을 주도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가 추진하는 바른정당과의 '흡수통합'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바른정당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친박 청산'을 위해 한국당은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의결했지만,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홍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박인 서창원 의원이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언급하며 청탁성 발언을 담은 녹음을 폭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바른정당 내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지도부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눈길을 주고 있어 '반쪽 짜리' 통합에 머물 경우 보수 결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23일 북핵 대응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데 이렇다 할 성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국정감사 시기에 민생을 간과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안철수 대표 역시 더불어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쪽에 힘을 쏟자 당의 주요 기반인 호남계 중진 의원들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경우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어 통합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박지원 전 대표에 따르면 천정배·정동영·최경환·유성엽 등 굵직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선인 조배숙 의원과 안상돈 의원 역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안 대표가 통합론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시·도당위원장 일괄 자진 사퇴'의 카드를 꺼냈으나 정호준 서울시당위원 등 일부 시도당위원장이 사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안 대표는 이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에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