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이씨는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성적 학대를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성 증후군과 중증 우울증을 앓아오던 중 본인과 아들이 폭행 당하고 딸이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본 뒤 '딸이 언젠가는 성폭행까지 당할 수 있다'는 걱정과 어머니로서 딸을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에서 사물의 변별력을 잃고 충동을 제어하지 못한 채 자살 결심을 하고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범행 당시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인정되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남편을 살해한 행위가 '긴급피난' 혹은 '정당방위'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1주일에 2~3회 남편으로부터 피고인과 아들이 폭행 당하고 딸이 성추행 당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혼을 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 또는 가까운 친지에 도움을 구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술에 취해 잠든 남편을 살해한 것을 '최소한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실형을 유지할지 집행유예를 선고할지 재판부도 많은 고민을 했다"며 "다만 생명은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라는 점과 피고인으로서도 실형을 받고 살아야 죄책감을 다소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실형을 선고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남편과 1989년 결혼한 이씨는 1996년부터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해 오던 상태에서 지난해 8월 남편이 술에 취해 자신과 아들을 때리고 13살 딸을 추행하다 잠들자 태권도복 띠로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