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할 때 주유소 직원에게 건넨 신용카드가 어떻게 쓰이는지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이모씨는 이같은 점을 이용해 신용카드를 복제하고자 마음먹고 2002년5월 경북 칠곡의 A주유소에 가명으로 취업하게 된다.
이씨는 주유소 계산대 부근에 신용카드 리더기와 노트북 컴퓨터를 설치한 뒤 손님이 대금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를 건네면 회원 정보를 신용카드 리더기로 해독했고, 이 정보를 퇴근 후 친구 권모씨에게 건넸다.
그러면 권씨는 건네받은 정보로 복제프로그램이 저장된 노트북 컴퓨터와 신용카드 복제기를 이용해 신용카드를 위조했다. 이씨 등이 이같은 방법을 통해 복제한 카드로 쓴 금액은 4개 카드 회사에 총 1억1176만여원.
이에 카드회사들은 A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회사에 지급해야 할 주유 판매 카드 결제 대금 가운데 1억2335만여원을 지급 보류했고, 석유회사는 결제 대금을 달라며 카드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3부(재판장 최은수 부장판사)는 18일 모 석유회사가 카드회사들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A주유소에 지급 보류 금액에서 이씨 등이 복제카드로 결제한 금액을 뺀 1159만여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유소에서 근무하면서 고객들이 대금 결제를 위해 건넨 카드의 회원정보를 몰래 빼내 복제 카드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카드사들에게 손해를 가한 것은 주요 및 카드대금 결제 업무를 담당하던 이씨의 직무와 관련된 불법행위"라며 "이씨의 사용자인 석유회사로서는 이같은 불법행위로 카드사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A주유소 소장은 이씨의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채용한 책임과 계산대 부근에 리더기와 노트북 컴퓨터의 사용 용도를 살펴보아야 함에도 그러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