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정시한(12월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당은 국민의당과 호남 KTX 예산 공동합의를 이뤄냈고 남북협력기금 예산(837억원 감액)도 조정한 만큼 야당의 주장을 충분히 반영해줬다며 이제는 야당이 협조를 할 차례임을 강조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무원 증원 및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 금액(3조원)을 예산안에 넣는 것 만큼은 안 된다며 "여당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일 경우 법정 시한 내 통과는 장담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도 정부여당을 겨냥하며 "예산에 임하는 태도가 느긋하고 배짱공세였다"면서 "법정시한 내 처리를 기대하는 것은 착각임을 경고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2014년 이후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켜왔다"면서 "20대 국회가 국회선진화법 적용 이후 최초로 법정 시한을 넘기는 불명예를 안지 않아야 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또한 이번 예산의 주요 쟁점사안은 모두 지난 대선의 공통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당을 향해 거듭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경제와 안보 등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산 처리가 늦어질수록 국회가 국가 정책과 예산의 불확실성까지 가중시킨다"며 "이는 국민들의 불안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사람중심 예산이 낯설 수는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민생을 살리고자하는 정신을 담고 있는 예산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예산과는 다른 예산"이라며 "여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심정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안정자금 3조원 편성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법정 시한에 통과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민주당이 돌부처 행세를 하고 있어 장담은 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는 "공무원 증원 및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금액과 관련해 (정부는)예비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았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며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며 예산안 처리의 험로를 더욱 공고히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천문학적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서 "이런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인 예산을 국회가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보전하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 편성에 대해 "자의적인 국정운영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원 기준이 '30인 미만'으로 한정한 것은 자의적 기준일 뿐이다. 30인 미만 기업은 어렵고 30인 이상 기업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느냐"며 "이런 소극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법정 시한 내 처리되기를 기대한다면 대단한 착각일 것임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 책임은 지지율 거품에 취해서 양보와 타협을 모르는 청와대와 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아직 시간은 있다. 지금이라도 국민의당의 합리적 대안을 수용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예산안 처리에 임한다면 국민의당은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의 대안은 ▲최저임금을 고용 규모가 아닌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상여금과 숙식비를 최저임금 산정범위에 포함하며 ▲사회보험료 지원방식으로의 전환 ▲간이과세기준 상향조정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적용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