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사전보고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국세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필상)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원장 박형수)이 공동 주최하고 국세청이 후원하는 '2017년 국세행정포럼'에 참석,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ATP) 방지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오 교수는 글로벌·IT 시대가 심화됨에 따라 국가간 조세제도 차이를 이용해 소득을 이전하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행위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G20과 OECD는 국제적 공동대응 방안으로서 BEPS(다국적기업의 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행위)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프로젝트에서는 각국이 국내세법상 조세회피방지규정을 정비하고 조세회피 소지가 있는 거래는 과세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 교수도 "우리나라도 BEPS 프로젝트 참여국으로서 OECD의 권고사항을 감안해 보다 효과적인 국내 조세회피방지법제 구축이 필요하다"며 "세무조력자 또는 납세자가 조세회피 혐의거래를 사전에 과세당국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도입시기는 EU, 일본 등 주요국 도입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하고 제도 도입 시 국제거래에 한해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현행법상 조세회피방지 규정의 한계를 실질과세원칙, 부당행위계산부인(과세당국이 세금을 부당하게 적게 내기 위한 기업들의 행위 또는 회계처리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 이전가격세제 규정 등과 더불어 과세당국이 부당거래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을 꼽았다.
국세기본법 제14조(실질과세원칙) 제3항에 따르면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본다'고 되어 있다.
오 교수는 "제3항은 단계거래 외의 조세회피를 규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부당한 조세혜택의 의미 및 조세회피 적용요건으로서 목적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대해선 "현행 규정은 부당한 조세혜택이 있었느냐를 판단할 때, 행위의 거래당사자 모두에게 미치는 조세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실질우위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전가격세제와 관련해선 "이전가격세제 역시 현행 규정이 단순한 가격조정조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이는 국제적 과세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국제거래 영역은 과세관청과 납세자 간 정보비대칭성이 큰 분야임에도 과세당국이 조세회피 혐의거래를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 교수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2를 신설해 거래의 주된 목적이 부당한 조세혜택을 얻기 위한 경우 이를 부인한다는 실질우위원칙과 조세혜택 외에 다른 경제적 효과가 없는 거래를 뜻하는 경제적 실질원칙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대한 규정도 개선해 실질우위원칙이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하며 이 규정은 일반적 조세회피방지규정의 특별규정 성격으로서 우선 적용된다는 것을 국세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오 교수는 주장했다.
거래구조를 경제적 실질에 따라 재구성하고 이전가격세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국조법에 '정상조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