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만년 1위 메리츠 제쳐
10개사 중 메리츠증권만 전년대비 ROE 감소
KB 대신 하나 순으로 수익성 낮아
10대 증권사 가운데 키움증권의 수익성이 가장 높고 KB증권은 가장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와 각 증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규모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올들어 3분기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8%로 집계됐다. 이들 증권사는 증시 활황으로 3분기까지 이익이 크게 늘어나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 가운데 ROE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키움증권(13.3%)이었다. 그 다음으로 한국투자증권(12.1%), 메리츠종금증권(12.0%), NH투자증권(8.0%), 삼성증권(6.7%), 신한금융투자(6.3%), 미래에셋대우(6.2%)순을 나타냈다.
하나금융투자(5.7%), 대신증권(5.2%), KB증권(4.9%)은 소형증권사를 포함한 증권업계 평균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익성을 보였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총계로 나눈 값으로, 기업들이 자기자본을 가지고 얼마나 이익을 올렸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다. ROE가 높을수록 자기자본에 비해 순이익을 많이 내는 효율적인 영업활동을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3분기까지 13.3%의 ROE를 기록해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했다. 이는 지난해(12.6%)보다 0.7%p 높아진 수치이다. 온라인 주식거래에 특화된 사업구조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됐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55억원으로 업계 6위권의 실적을 올렸지만 ROE 지표에선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ROE는 12.1%로 지난해(6.6%)에 비해 5.5%p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이 회사는 3분기까지 402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미래에셋에 58억원 차이로 실적에선 밀렸지만 ROE 지표에선 앞섰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 중 유일하게 10%가 넘는 자기자본이익률을 기록한 점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또한 증권사 5곳 중 금융위로부터 유일하게 발행어음 사업을 허가받은 터라 향후 추가적인 수익원 확보를 통해 ROE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줄 곧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메리츠종금증권은 12%의 ROE를 기록해 키움증권에 1위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2012년 이후 올 상반기를 제외하고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한 터라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2014년 자기자본 1조원대에서 올해 3조원까지 몸집을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두 자리수의 ROE를 유지하고 있어 수익구조가 여전히 양호함을 입증해줬다. 다만 이번 조사대상 증권사 가운데 홀로 전년보다 ROE가 떨어진 것은 옥의 티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ROE 14.0%로 전년도에 비해 9.2%p나 떨어진 수익률을 나타냈다. 올해 3분기까지도 ROE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2015년에는 정상적인 수익 외에 일시적인 수익이 컸기 때문에 높은 ROE를 기록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부터는 정상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고 여기에 자기자본 증가도 이뤄지고 있어 ROE가 다소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과 2016년 연달아 4.6%의 낮은 ROE를 기록했던 자기자본규모 2위의 NH투자증권은 실적개선에 힘입어 올해 들어 ROE를 3.4%p나 끌어올렸다. 이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41.8% 증가한 2821억원을 달성하면서 연간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2080억원) 실적을 9개월 만에 초과한 것이 한 몫했다.
삼성증권의 ROE는 지난해 4.5%에서 올해 들어 2.2%p 증가한 6.7%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익성장 한계에 부딪치면서 2015년 7.4%에 달하던 ROE가 4%대까지 추락했다. 올 들어서는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41.1%한 증가한 2099억원으로 즐어나며 수익성이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IB와 WM 부문의 선전으로 각각 전 분기 대비 12.1%, 2.9% 늘어난 실적을 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됐다. 구조화금융 수익 확대로 인한 인수 및 자문 수수료 증가가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요인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한금융투자의 ROE는 지난해보다 1.9%p 상승한 6.3%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작년 ROE가 4%대 초반에 머물며 2015년 9%의 반 토막을 낸 적이 있다. 특히 자기자본규모가 비슷한 메리츠종금증권이 12%의 ROE를 기록해 이 수치에서 두 회사의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나고 있는 것은 단점으로 부각된다.
게다가 순이익 역시 메리츠증권이 올 3분기 누적 2688억원으로 1572억원의 신한금투와 1100억원의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순이익 실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아직은 자본규모에 걸 맞는 수익성이 뒷받침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대우의 ROE는 9월말 기준 6.2% 수준으로 경쟁사인 한국투자증권(12.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0대 증권사 가운데 국내 55개 증권사의 평균 자본이익률인 5.9%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상당수 존재했다.
하나금융투자는 3분기 5.7%의 ROE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2015년 ROE가 9%에 육박했으나 실적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4%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3분기까지 92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초과 달성하는 등 수익성 개선이 다소 이뤄진 것으로 평가됐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보다 3.4%p 상승한 5.2%의 ROE를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보다 4%p 이상 떨어진 1%대의 ROE를 기록한 바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0% 가까이 상승한 1012억원을 나타냈다. 온라인 위탁매매 부문 경쟁력을 앞세워 단기간에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관계자는 "100% 자회사로 편입돼 있는 회사의 순익을 포함하면 지난해 연결 기준 ROE는 1.8%가 아닌 4.16%까지 올라간다"고 해명했다.
KB증권은 올 3분기까지 4.9%의 자기자본 수익률을 올리면서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회사는 10대 증권사 평균 ROE인 8%보다 3.1%p 낮고,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사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수익성을 보였다. 특히 아직까지 자기자본규모에 비해 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